[르포] "전투기 가고 반도체"…광주 군공항 인근 개발 기대 부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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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투기 가고 반도체"…광주 군공항 인근 개발 기대 부풀어

연합뉴스 2026-07-09 12:01: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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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골목길 활기, 수십년 소음 고통 주민들 "벼랑서 살아난 기분"

부동산도 들썩…평당 45만원 논, 150만원까지 호가 치솟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들어설 부지 바라보는 주민 반도체 클러스터 들어설 부지 바라보는 주민

(전남광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한 주민이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2026.7.8 mhk0226@yna.co.kr

(전남광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니. 드디어 우리 지역도 개발될 수 있고 전투기 소리도 안 들어도 되는 거야?"

지난 8일 오전 광주 군공항이 있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송정동 인근 마을 골목.

좁은 길을 따라 늘어선 단독 주택의 붉은 벽돌은 선명한 빛을 잃은 지 오래됐고, 슬레이트 지붕은 녹슬다 못해 허물어져 있어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 아파트들의 높이도 군공항 비행경로에 묶여 수십 년간 고도 제한을 받아온 탓에 약속이나 한 듯 15층 높이에 멈춰 서 있었다.

당초 이곳은 광산구 중심지로 손꼽히기도 했으나, 오가는 전투기 소음, 개발 제한이라는 한계에 부딪히며 현재는 낙후지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군공항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서러움을 드디어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팹)이 특별시 서구 마륵동 탄약고 부지와 군공항 일대에 들어서기로 하면서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고 공항 인근 공원 정자에 모인 주민 5명은 반도체와 군공항 이전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우리 동네도 발전하게 되는 것이냐", "언제쯤 공사를 시작하는지 알고 있느냐" 등 질문을 쉴 새 없이 주고받았다.

공항 인근 단독주택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이남형(79) 씨는 전투기가 떠난다는 사실 자체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비 내리는 광주 군공항 부지 비 내리는 광주 군공항 부지

(전남광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송정동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군공항 부지에 비가 내리고 있다. 2026.7.8 mhk0226@yna.co.kr

이 씨는 "연간 20만원 남짓의 소음 보상금은 매일 하늘을 찢는 듯한 피해에 비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평생을 살아도 전투기 소음은 적응이 안 됐다"고 손사래를 쳤다.

낙후된 동네에 사느라 집값이 낮아 자식들 결혼 때 전세 보증금 한 푼 보태주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던 김선자(67) 씨도 '반도체 소식'에 미안함을 풀게 될까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호재로 집값이 오르면 자식에게 번듯한 집을 마련해 주거나, 집을 팔고 낮은 가격의 지역으로 이사해 남은 돈으로 못다 한 부모 노릇을 하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지역이 첨단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도 자극하고 있다.

송정동에서 10년째 공인중개업을 하는 윤선아 씨의 사무실은 빗발치는 전화와 외지인들의 방문으로 벌써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서울에서 한 투자자가 현금을 들고 예약없이 찾아오는 등 외지인들의 문의가 폭발적이며 대출 조건을 확인하고 온 매수자들도 매물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형편이라고 윤 씨는 전했다.

윤 씨는 "지난 3월 평당 45만원에 논을 팔겠다던 땅 주인이 최근 평당 150만원 이하로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하루아침에 값을 3배 넘게 올렸는데도 매수 문의가 잇따른다"고 혀를 내둘렀다.

인구 유출로 무너지던 주변 골목상권도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항 인근에서 20년째 사우나를 운영하는 김양근(60대) 씨는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떠나 상권이 완전히 붕괴해 폐업을 고민했던 상인들 사이에 대기업 반도체 공장 유치 소식 이후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상 송정다누리상인회 회장은 "대기업 반도체 공장 유치로 젊은 인구가 다수 유입되면, 벼랑 끝에 몰렸던 골목상권이 과거 활기 넘치던 번화가로 다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mhk022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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