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2.4% "학생에게 시민교육 필요"…혐오와 조롱 넘쳐나는 교실, '침묵' 강요받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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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2.4% "학생에게 시민교육 필요"…혐오와 조롱 넘쳐나는 교실, '침묵' 강요받는 교사들

아주경제 2026-07-09 11:32: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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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9일 오전 교사노조연맹 대회의실에서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교사노동조합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9일 오전 교사노조연맹 대회의실에서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교사노동조합연맹]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생들에게 현실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국민은 유튜브나 SNS에 떠도는 편향된 정보보다,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사회 현안을 교육적으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모호한 잣대와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악성 민원 탓에 교사들이 스스로 입을 닫는 ‘자기 검열’에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교육의 공백이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지 못하는 척박한 제도적 환경 때문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9일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원장 송수연)은 지난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와 함께 교육 이해관계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 면담, 그리고 지난해 실시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조사’ 결과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공개했다.
학교 밖으로 밀려난 시민교육…국민 82.4% “학교서 가르쳐야”
이번 조사에서 “현실 정치의 쟁점과 사회적 문제를 교육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는 응답은 82.4%에 달해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반대 의견은 10.0%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를 주로 배워야 할 공간으로는 ‘학교(66.4%)’를 압도적으로 꼽았다.
 
특히 ‘교사가 수업에서 현실 정치·사회 쟁점을 교육적 소재로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67.4%가 찬성(반대 20.8%)해, 실제 수업 현장에서의 수용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SNS·유튜브 등 편향 정보보다 교육적으로 다루는 것이 낫다’가 27.6%로 가장 높았으며,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가 균형 있게 발달할 수 있다(25.4%)’, ‘비판적 사고 능력이 향상된다(24.8%)’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국민들이 시민교육을 특정 이념 주입이 아니라, 편향된 정보의 바다 속에서 학생들의 판단력을 길러주는 방어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시민교육 수준 부족(66.0%)의 이면…“교사 개인기가 아닌 환경의 문제”
반면, 학교 내 시민교육 실시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83.7%에 달했음에도,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시민교육 수준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66.0%로 높게 나타났다. 대중의 기대와 학교 현장의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교사노조는 이 같은 간극의 원인을 ‘시민교육을 할 수 없는 교육 환경’에서 찾았다. 지난해 실시된 사례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명시된 내용을 정상적으로 가르치고도 무차별적인 ‘정치 편향’ 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이나 4·3 사건을 역사적 사실대로 설명하거나, 세월호 계기 교육을 하려다 제지당하고, 심지어 독도 교육이나 혐오 표현(일베 용어 등)을 지도하는 것조차 학부모들로부터 “좌파 사상 주입”, “정치적 편향”이라는 항의를 받는 실정이다. 교사의 사생활인 SNS 활동이나 입고 있는 옷 색깔까지 감시당하며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추궁당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결국 교사들은 부당한 민원과 신고 위협을 피하기 위해 시사 문제를 아예 회피하거나 교과서만 기계적으로 읽어주는 식의 방어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심층 면담에서 한 교사는 “민원을 받지는 않았지만 위축되어 말하는 데 자기검열이 되고 수업시간에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사 개인에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연구원은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민교육만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교사에게 더 많은 민원과 갈등을 감수한 채 교육하라는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료
[자료=교사노동조합연맹]
 
교사노조 “정치적 중립성은 ‘침묵’이 아냐… 제도적 보호 시급”
이번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와 관련해 교사노조연맹 정책연구원은 “국민이 요구하는 학교 시민교육 강화는 시민교육의 양적 팽창만을 뜻하지 않는다”며 “교사가 교육과정에 근거해 현실 사회의 쟁점과 혐오, 왜곡된 정보, 역사적 사실, 민주주의 가치와 책임을 교육적으로 다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교육당국의 정당한 시민교육 보호 주체화 △정치적 중립성을 ‘침묵’이 아닌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보장하는 교육 원리’로 재해석 △시민교육을 교육공동체 전체의 과제로 확장 △현장 교육활동 존중 및 지지 방식의 정책 추진 등을 촉구했다.
 
교사노조연맹은 “교육 당국이 정작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시민교육 강화는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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