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돈을 벌었다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주식, 부동산, 코인, 한정판 상품까지 대상은 달라도 감정의 출발점은 비슷하다. 놓치고 있다는 불안은 때로 지갑을 열게 하고, 때로는 무리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포모(FOMO) 증후군'은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에서 나온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소외 불안 또는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풀이된다. 공식 질병명이라기보다는 자신만 좋은 기회나 흐름에서 빠지고 있다고 느끼는 심리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인다. 친구들이 다녀온 모임에 혼자 빠졌을 때 느끼는 아쉬움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고, 남들이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말을 들은 뒤 생기는 초조함도 같은 범주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 말은 원래 자신만 모임이나 경험에서 빠졌다고 느끼는 소외감을 설명할 때 주로 쓰였지만,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의미가 넓어졌다. 남의 여행, 소비, 인간관계, 투자 성과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비교의 대상도 늘었다. 이제 FOMO는 유행을 놓치는 불안뿐 아니라 투자와 소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감정을 설명하는 말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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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기회가 손실처럼 느껴질 때
FOMO가 경제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이 감정이 실제 소비와 투자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자산 규모만 보고 만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이 얼마나 벌었는지, 같은 시기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통장 잔고가 줄지 않았어도 남들이 더 빠르게 자산을 불렸다고 느끼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 자산 시장이 크게 달아올랐던 시기 한국에서 널리 쓰인 벼락거지라는 말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실제로 갑자기 가난해진 것은 아니지만, 집값과 주가,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는 동안 자신만 움직이지 못했다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담긴 표현이다. 이 말은 투자 FOMO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례다.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손해를 본 것 같고, 남들은 앞서가는데 자신만 제자리에 남은 듯한 감정이 여기에 겹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이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 오래전부터 제시돼 왔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제시한 프로스펙트 이론은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을 놓고도 손실 쪽의 심리적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FOMO 상황에서는 실제로 돈을 잃지 않았더라도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손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충분한 검토 없이 이미 오른 자산에 뒤늦게 뛰어들기도 한다.
수익 인증이 만드는 압박
FOMO는 거창한 투자 뉴스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종목 이야기가 계속 나오거나, 주변 사람이 수익률 화면을 보여줄 때도 쉽게 자극된다. 평소에는 관심 없던 상품이라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면 더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대화에 끼지 못한다는 소외감과 돈 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함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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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판단의 기준은 상품의 가치나 자신의 재무 상황이 아니라 남들의 움직임으로 바뀌기 쉽다. 왜 사야 하는지보다 남들은 이미 샀다는 사실이 더 크게 보인다. 이익 가능성은 눈에 잘 들어오지만 손실 가능성은 뒤로 밀린다. 특히 가격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오를수록 기다리는 사람은 불안해진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면 매수 이유를 따져볼 시간은 줄어든다.
문제는 FOMO가 강하게 작동하는 시점이 이미 시장의 관심이 많이 몰린 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투자처는 그만큼 가격에 기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남들이 샀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들어가는 선택은 손실을 감당할 기준도 함께 흐리게 만든다. 가격이 떨어졌을 때 왜 샀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언제 팔아야 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 시장에서도 작동하는 불안
FOMO는 투자뿐 아니라 소비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한정 수량, 오늘 마감, 선착순, 품절 임박 같은 문구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인지 따져보기보다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만든다. 홈쇼핑 방송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남은 수량, 구매자 수, 마감 시간을 강조하는 방식도 이런 심리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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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스토어와 한정판 상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난다. 상품의 기능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갖는 경험에서 빠지고 싶지 않아 줄을 서는 경우가 있다. 특정 브랜드의 굿즈나 운동화, 협업 상품이 빠르게 팔릴 때 소비자는 물건 자체보다 놓쳤다는 감정을 더 크게 의식할 수 있다. 그래서 구매 뒤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거나, 정작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이 쌓이는 일도 생긴다.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이런 감정을 더 자주 불러낸다. 사람들은 보통 가장 보기 좋은 장면을 골라 올린다. 여행의 피곤함보다 멋진 숙소 사진이, 소비의 부담보다 새로 산 물건의 인증 사진이 먼저 보인다. 보는 사람은 그 장면을 일상의 평균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남들은 매번 좋은 곳에 가고 좋은 것을 사는 것처럼 느끼면 자신의 평범한 하루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이 비교가 반복되면 소비 기준도 흔들린다. 필요해서 쓰는 돈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쓰는 돈의 경계가 흐려진다. 예산을 넘겨 여행을 예약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할부로 사는 선택도 여기서 나온다. 한 번의 소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이런 결정이 반복되면 저축 여력은 줄고, 불안은 다시 커질 수 있다.
불안에 밀리지 않는 경제 습관
FOMO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타인의 선택을 보고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불안이 결정을 대신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투자라면 매수 전에 왜 사는지, 어떤 조건에서 판단을 바꿀지, 손실이 나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적어두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 기록은 감정이 앞설 때와 시장이 식었을 때의 생각 차이를 확인하게 해준다.
소비에서도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오늘만 할인한다는 문구를 봤을 때 바로 결제하지 않고 일정 시간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동은 줄어든다. 이미 비슷한 물건이 있는지, 다음 달 카드값에 부담은 없는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아닌지 확인하면 필요와 불안을 구분하기 쉬워진다. 특히 한정판이나 마감형 상품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압박을 만들기 때문에 잠시 멈추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최근에는 FOMO의 반대 개념으로 JOMO라는 말도 쓰인다. Joy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모든 흐름에 끼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를 뜻한다. 유행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먼저 세우자는 말에 가깝다. 남들이 하는 투자와 소비를 모두 따라갈 수는 없다. 소득, 지출, 부채, 목표가 다르면 맞는 선택도 달라진다.
FOMO는 특별히 약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비교가 쉬운 환경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불안이다. 다만 그 불안을 그대로 따라가면 돈의 방향은 남들이 정하게 된다. 놓친 것처럼 보이는 기회가 정말 내게 필요한 기회였는지, 지금의 선택이 내 상황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불안에 밀려 움직이지 않는 기준을 갖는 일이다.
위키트리 캐릭터를 활용한 AI 일러스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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