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면 누구나 최고로 꼽는 '하늘 위의 영토']
여러분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잖아요. 다들 비행기표 예매는 하셨나요? 해외여행 갈 때 은근히 고민되는 게 있습니다. "아 어느 항공사 타지?" 가격도 봐야 하고, 시간대도 봐야 하고, 수하물 규정에 기내식까지 따지다 보면 머리가 좀 복잡해지죠.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 항공사 이름이 보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입니다. 익숙한 한국어 안내방송, 푸른 유니폼의 승무원, 하늘 위에서 나오는 따뜻한 한식 기내식까지, 낯선 나라로 떠나는 길인데도 안정감을 주는 곳이죠, 바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익숙한 국적기, 대한항공입니다. 그런데 사실 대한항공의 출발은 되게 초라했습니다. 비행기는 딱 8대 있었구요. 적자도 막 쌓여있었고 세계 항공사들 사이에선 존재감도 별로 없었습니다. 자 오늘 르데스크 4인용 책상에서는요. 대한항공의 짠내 나는 출발과 위기 극복 과정, 그리고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성공스토리를 풀어보겠습니다.
["국적기는 하늘에 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대한항공의 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름은 '대한항공공사'였는데요. 뭐 국가가 운영하던 국영 항공사이긴 한데, 사실 빚만 27억원이 있는 만년 적자 기업이었어요. 비행기라곤 낡은 프로펠러기 8개가 전부였는데 그것마저도 상태가 좀 안 좋아서 제시간에 뜨는 날이 드물었다고 해요. 이때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 애물단지 기업을 살려보고자 청와대로 한 사람을 부릅니다. 바로 월남전 수송 사업과 물류 사업으로 큰 돈을 벌던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였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이런 부탁을 합니다 "국적기가 그래도 그 나라의 상징인데, 조 회장이 국익을 위해 좀 맡아주는 거 어떻습니까?" 이 부탁을 받은 조중훈 회장은 어땠을까요? 하 심란하죠 이 빚더미 기업을 맡으라 하니까. 이때 한진그룹 임직원들도 전원 사표를 쓰겠다며 엄청 반대했다고 합니다. 근데 어떡해요 나랏님이 부탁하시는 거를.
결국 조중훈 창업주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 국적기는 하늘에 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국적기가 날아야 대한민국의 국력이 뻗어 나간다." 자 이렇게 멋지게 결단을 내리긴 했는데, 인수 직후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습니다. 회사는 돈이 없지 비행기는 낡았지, 결국 조 창업주는 본인 사재까지 털어넣으면서 낡은 프로펠러기를 제트기, 보잉 707로 바꾸기 위해 뛰어다녔어요. 그리고 지금이야 대한항공이 전 세계 어디든 가잖아요? 그때는 미주 노선이랑 파리 노선을 뚫으려고 세계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을 수없이 찾아가 설득해야 했습니다. 진짜 지금의 대한항공과는 어울리지 않는 짠내나는 시작이죠?
[대한항공의 두 가지 무기]
그렇다면 아시아의 작은 항공사는 어떻게 지금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남들이 하지 않던 것을 먼저 시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비빔밥 기내식이죠. 당시 비행기 안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 스테이크, 샌드위치 같은 서양식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대한항공은 여기에 과감히 비빔밥을 올렸습니다. 아니 하늘 위에서 밥에 나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거예요. 한국인에게는 고향의 맛을, 외국인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선물해준거죠. 덕분에 대한항공의 비빔밥 기내식은 1998년 국제기내식협회가 수여하는 '머큐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무기는 압도적인 화물 운송 네트워크인데요. 코로나19때 사람들이 밖에도 잘 못 나가고 집에만 있었잖아요? 당연히 비행기 타는 사람들도 확 줄고요. 그런데 대한항공은 여기서 방향을 빠르게 틀었습니다. 사람을 태우지 못한다면, 물건을 태우자 이거였죠. 그래서 막 객실 좌석 위에다가도 화물을 실어나르고, 심지어는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기로 개조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글로벌 백신, 방역물자 이런 걸 막 실어나르면서 대한항공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2020년 영업흑자를 냈고요. 2021년에는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비행기 그냥 세워둘 때 대한항공은 똑똑하게 머리를 쓴 거죠.
자 오늘날 대한항공은 어떤가요? 아까 8대의 비행기로 시작했다 했잖아요? 지금 대한항공은 약 160여대의 항공기로 전 세계 40개국 110여 개 도시를 잇는 거대한 항공사가 됐습니다. 돈도 잘 벌고 있습니다. 2023년 대한항공은 연매출 14조 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1조 5천억 원대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이랑 통합해서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게 되죠. 그러면 대한항공그룹은 보유 항공기 300대 이상을 거느리는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 Mega Carrier가 대한민국에 탄생하게 됩니다.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다: 중동의 땀방울부터 피랍의 아픔까지]
사실 대한항공의 역사는 단순히 한 항공사의 성장사만은 아닙니다. 태극 마크를 달고 50년 넘게 하늘을 날아온 만큼, 그 안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도 함께 담겨 있거든요. 1970년대 오일쇼크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던 시기, 대한항공은 중동 사막으로 돈을 벌러 떠나는 건설 근로자들의 하늘길을 열었습니다. 이분들이 피땀 흘려 번 달러가 다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죠. 또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어땠나요? 아테네에서 채화된 성화를 실어 나르고, 전 세계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이동을 도우며 국적 항공사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줬죠. 하늘 위의 구조선이 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을 때도,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졌을 때도 대한항공은 교민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되곤 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아픈 장면들도 함께 새겨져 있는데요. 민영화 직후인 1969년 발생한 YS-11기 납북 사건, 19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KAL 007편 피격 사건, 그리고 1987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벌어진 KAL 858편 폭파 사건 등은 대한항공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국적기가 품은 50년의 기억]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조롱을 받던 항공사. 하지만 대한항공은 "국적기는 하늘에 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날았습니다. 기내식에 비빔밥을 올린 섬세함, 코로나 위기 때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한 빠른 판단력. 이런 선택들이 쌓이면서 대한항공은 단순한 항공사를 넘어, 한국을 세계 하늘길에 새긴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50여 년 동안 사람만 실어 나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나라의 자부심, 그리고 시대의 기억까지 함께 싣고 날았습니다. 올여름 대한항공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면, 창밖의 푸른 하늘을 한 번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 하늘 위에는 낡은 비행기 8대로 시작해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한 대한항공의 긴 비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인용 책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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