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불이 꺼진 아쿠아리움에서 아이들의 꿈이 켜지다
낮에는 과학으로 호기심을 키우고 밤에는 바다와 함께 잠들다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 '사이언스 나이트 캠프'가 선물한 특별한 가족 여행
평소 저녁이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기던 아쿠아리움에 이날만큼은 설렘이 가득했다. 커다란 배낭을 멘 아이들은 "오늘 진짜 여기서 자는 거야?"를 되묻고 부모들은 들뜬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미소를 지었다. 대전 엑스포아쿠아리움의 '사이언스 나이트 캠프'는 단순히 아쿠아리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숙박 프로그램이 아니다. 과학 체험과 생태 교육, 공연, 가족 간의 교감까지 하루의 일정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체험 콘텐츠다. 실제 참가자들 역시 "아이가 또 오고 싶다고 한다", "부모인 내가 더 즐거웠다", "프로그램 구성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후기를 남긴다. 아이들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물고기의 이름이 아니라 '아쿠아리움에서 잤던 하루'라는 특별한 경험이다.
사이언스 나이트 캠프의 첫 일정은 오후 3시 넥스페리움에서 시작된다. 아쿠아리움 숙박 프로그램이라는 이름과 달리 첫 순서는 과학 체험이다. 아이들은 설명을 듣기보다 직접 만들고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를 익힌다. 처음에는 부모 곁을 맴돌던 아이들도 어느새 실험에 몰입하고, "왜 이렇게 되는 거예요?", "한 번 더 해봐도 돼요?"라며 호기심을 쏟아낸다. 스태프들은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끌고,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흥미를 더한다. 한 부모는 "공부라고 하면 금방 싫어하는 아이인데 오늘은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며 웃었고, 다른 부모 역시 "놀이처럼 진행되니 과학이라는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과학은 어느새 놀이가 됐고, 아이들의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배움으로 이어졌다.
과학 체험을 마친 가족들은 자유롭게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7시 다시 대전 엑스포아쿠아리움으로 향한다. 일반 관람이 끝나갈 무렵의 아쿠아리움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관람객들로 붐비던 공간은 조용해지고, 그 자리를 캠프 참가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채운다. 입구에서는 스태프들이 참가자들의 이름을 확인하며 반갑게 맞이하고, 긴장한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부모들의 궁금증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안내하며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어준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동선은 매끄럽고 진행은 여유롭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가장 먼저 신뢰를 준 것은 프로그램보다 사람들의 세심한 운영이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첫 순서인 수중 발레쇼가 시작된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음악이 흐르자 거대한 메인 수조는 순식간에 하나의 공연장으로 변한다.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수중발레 공연자들과 대형 어종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장면은 아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표정과 공연을 번갈아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고, 공연자가 손을 흔들자 아이들도 유리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한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상을 이어간다. 살아 있는 해양생물과 공연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순간, 아쿠아리움은 전시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상상력이 펼쳐지는 무대로 변한다.
이어지는 '아쿠아리움 시크릿 도슨트 투어'는 이 캠프의 진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간이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수조도 도슨트의 설명이 더해지는 순간 살아 있는 교실이 된다. 상어는 어떻게 쉬는지, 가오리는 왜 바닥 가까이 머무는지, 물고기들은 언제 먹이를 먹는지, 밤이 되면 어떤 생물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아이들의 손은 쉴 새 없이 올라간다. 설명은 생물의 생태를 넘어 아쿠아리움 운영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수조 속 물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생물들의 건강은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는지 등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부모들까지 귀를 기울인다. 투어가 끝날 무렵 아이들의 관심은 '예쁜 물고기'에서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로 자연스럽게 옮겨가 있었다. 관람이 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프로그램은 놀이의 색채를 더한다. VR 체험에서는 바닷속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고, 이어지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조금 전까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아이들이 어느새 한 팀이 되어 뛰어다닌다. 전문 MC의 재치 있는 진행에 아이들은 무대로 달려 나가고,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게임에 참여하며 아이들과 함께 웃는다. 아이가 낯설어하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부모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은 조용히 안내한다.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스태프들의 친절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이유를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면 비로소 아쿠아리움의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매점에서 컵라면과 음료, 간단한 간식을 구입해 수조 앞에 둘러앉아 늦은 야식을 즐기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라면보다 눈앞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에게 더 시선을 빼앗긴다.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대형 수조를 바라보며 가족이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이 캠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아빠, 물고기도 지금 우리를 보고 있을까?"라는 아이의 질문에 "오늘은 우리가 상어 집에 놀러 온 손님인 것 같네."라는 아버지의 대답이 돌아오자, 주변에서는 웃음이 번졌다. 폐장 이후의 아쿠아리움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발걸음 대신 잔잔한 물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은은한 조명 아래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바닷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화려한 이벤트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었다.
잠자리를 준비하는 과정도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가족별로 배정된 공간에 텐트와 매트, 침낭을 펼치며 하룻밤을 보낼 작은 집을 완성한다.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분주하다. 숙박이라고 하면 불편함을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 운영은 세심했다. 남녀 샤워실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워시, 헤어드라이어 등 기본 용품도 준비돼 있어 간단한 세면도구만 챙겨도 충분했다. 늦은 시간까지 시설을 점검하고 참가 가족들의 불편 사항을 살피는 스태프들의 모습에서도 세심한 운영이 느껴졌다. 텐트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아쿠아리움에 고요함이 내려앉자, 수조 앞을 천천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이날 밤의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은 참가자들이 직접 신청한 기상송과 함께 시작된다. 어젯밤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이들은 텐트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다시 인사를 나누고, 샌드위치와 김밥, 음료로 준비된 아침 식사를 하며 전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지막 일정인 수료식은 단순히 수료증을 전달하는 행사와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직접 발표한다. 또박또박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어젯밤보다 한층 자란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어 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엄마, 아빠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짧은 한마디였지만 객석 곳곳에서는 미소가 번졌고, 아이의 모습을 영상에 담던 부모들 가운데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하루 동안의 체험은 그렇게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 사이언스 나이트 캠프는 단순히 아쿠아리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후에는 과학으로 호기심을 열고, 밤에는 공연과 생태 교육으로 배움을 넓히며, 가족이 함께 웃고 추억을 쌓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프로그램 하나하나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 모든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낸 운영 방식이었다. 아쿠아리움은 밤이 되면 전시 공간을 넘어 교실이 되고, 공연장이 되고, 가족만의 캠핑장이 된다. 아이들은 언젠가 물고기의 이름이나 상어의 종류는 잊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쿠아리움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날"만큼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좋은 체험은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래 기억할 하루를 선물하는 것이다. 사이언스 나이트 캠프가 가족들에게 특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료제공=아쿠이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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