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윤시현 기자] 전남 신안군이 민선 7·8기 박우량 전 군수 재임 시절 추진된 대형 사업 3건을 “지방재정을 뒤흔든 권력형 불법·배임 행정”으로 규정, 검찰에 전격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지방선거 바로 다음날 성사된 지도읍 토지 맞교환 사업은 교환이 성사되기도 전에 나무부터 심어놓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처음부터 짜여진 각본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신안군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유재산 교환 ▲염전근로자 안심 숙소 건립 ▲기증 수목 사업 등 민선 7~8기 당시 추진된 사업 3건에 대해 사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50억 임대수익 날린 군유지, 선거 다음날 맞교환…“짜여진 각본” 의혹의 전말
군에 따르면 첫 번째 수사 의뢰 대상은 지도읍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사업과 관련한 공유재산 교환이다. 신안군은 2023년 11월 교환 대상자 모집 공고를 낸 뒤 이듬해 1월 단독으로 신청한 1인을 접수, 2025년 3월 군의회 의결을 거쳐 올해 6월 4일 지도읍 사유지 107필지(12만3100㎡)와 신의면 군유지 1필지(21만8415㎡)를 맞교환했다. 공교롭게도 교환 성사일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바로 다음 날이었다.
신안군은 “이는 토지 교환이 성사될 것을 전제로, 토지사용 승낙을 받지 않은 채 미리 나무를 식재하는 등 사실상 특정인과의 토지 교환을 기정사실화한 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정황”이라고 수사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교환이 이뤄지기도 전에 기후대응숲 조성사업부터 실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마치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사업이 진행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3년부터 추진돼 온 이 사업은 신의면 상태서리의 널찍한 군유지 한 필지와, 지도읍에 흩어진 사유지 100여필지를 맞바꾸는 구조 자체가 처음부터 특혜·불법 논란을 낳았다. 효율성이 높은 단일 구역의 군유지를, 여러 필지로 쪼개진 개인 소유 부지와 맞바꾸는 방식 자체가 “무리한 불평등 교환”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재산 처분의 첫 번째 원칙으로 내세우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할 것”이라는 조항을 어겼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논란은 2025년 3월 군의회 의결을 전후해 더욱 커졌다. 맞교환 당사자인 신의면 주민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지도읍 일대 부지 100여필지를 2023~2024년 사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교환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후 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와도 연관이 있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더해지며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눈총도 커졌다.
결국 지난 6월 4일 맞교환은 예정대로 성사됐지만, 민선 9기 들어 신안군은 이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 다시 들여다봐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234억 사례금의 77%가 단 3명에게…‘팽나무 잔혹사’
두 번째 수사 의뢰 대상은 총사업비 429억원이 들어간 ‘기증 수목 사업’이다. 신안군은 2020년부터 명품 팽나무길 조성을 명분으로 60여종, 167만여주에 달하는 나무를 기증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나무를 캐내고 옮기는 데 드는 부대비용 일체를 군이 전액 떠안으면서 예산 투명성이 통째로 흔들렸다는 게 신안군의 판단이다.
특히 법령상 공개입찰 절차를 건너뛴 채 군이 직접 나무 식재를 처리하는 이른바 ‘직영 방식’을 택해 적법 절차 자체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기증사례금’ 산정 과정에서 불거졌다. 군은 별다른 객관적 근거 없이 수목 평가액을 1173억원으로 부풀렸고, 여기에 조례상 비율 20%를 적용해 234억원에 달하는 사례금을 편법으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이 거액의 약 77%가 조○○, 문○○, 한○○ 등 단 3명에게 집중된 사실이 확인돼 명백한 배임 정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설계 끝나지도 않았는데 예산 70% 선지급…‘염전 숙소’의 수상한 자금 흐름
세 번째 수사 의뢰 대상인 압해읍 장감리 일대 ‘염전근로자 안심 숙소 건립(3권역)’ 사업에서도 심각한 예산 집행 위반이 적발됐다. 앞서 진행된 도초면·하의면 숙소 사업은 공개입찰을 거쳐 적법하게 추진됐지만, 이번 3권역 사업은 민간사업자인 ㈜스○○○○(대표 장○)에 시공 전체를 통째로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현재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인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신안군은 총사업비 40억원 중 70%에 이르는 27억3000만원을 2024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이미 앞당겨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 신축을 수반하는 공공시설 사업은 애초에 민간위탁 대상 사무가 아닌데도 이를 강행해 지방자치법과 지방보조금법, 지방계약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성 군수 “비정상 행정과 단절… 청렴 신안 바로 세울 것”
신안군 감사부서는 이번 수사 의뢰와 별개로 군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해 혈세 낭비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김태성 신안군수는 “과거의 비정상적인 행정과 단절하지 않고서는 신안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며 “이번 수사 의뢰는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깨끗한 군정을 바로 세우겠다는 군민과의 약속이자 청렴 신안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강력한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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