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더봄] 유언장만 써두면 안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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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더봄] 유언장만 써두면 안심할 수 있을까

여성경제신문 2026-07-09 10:00:00 신고

유언장만 써두면 안심할 수 있을까. AI생성 이미지 /챗GPT
유언장만 써두면 안심할 수 있을까. AI생성 이미지 /챗GPT

드라마나 영화에서 유언장은 흔히 상속의 시작과 완성처럼 그려지곤 한다. 유언장 한 장만 잘 써 두면 모든 상속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운 이유다. 물론 누구에게 무엇을 남길지 적어 두는 일은 중요하다. 유언은 내 뜻을 남기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고 민법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맞을 때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언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훗날 내 뜻이 제대로 인정되도록 갖춰 두는 법적 문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유언장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그것만으로 살아 있는 동안의 재산 관리와 사망 이후 지급 방식까지 모두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 마주하는 질문도 이 부분으로 옮겨 가고 있다. 단순히 “내가 죽은 뒤 누구에게 재산을 물려줄까”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재산이 나를 위해 온전히 쓰일 수 있을지, 판단 능력이 약해진 뒤에도 생활비·의료비가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을지, 사망 후 남은 재산은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까지 함께 묻는다. 이제 상속 준비는 사후 재산 이전만이 아니라 생전 생활·돌봄까지 함께 살피는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인구 구조 변화도 있다. 한국은 이미 고령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섰고 1인 가구도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치매와 장기 요양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가족 형태가 달라지고 노후가 길어질수록 상속을 준비하는 방식도 더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

생전 돌봄까지 챙기는 유언대용신탁

유언대용신탁은 이런 고민에서 등장한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을 위탁자, 이를 맡아 관리하는 금융회사를 수탁자, 신탁에 따른 이익을 받는 사람을 수익자라고 한다. 위탁자는 생전에 수탁자와 신탁 계약을 맺고 재산 관리와 지급 방법을 정해 둘 수 있다. 그리고 사망 후에는 계약에서 정한 사람에게 원하는 방법대로 신탁 재산이나 그 수익이 지급되도록 할 수 있다.

유언과 신탁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서 분명해진다. 유언은 원칙적으로 유언자가 사망한 때부터 법적 효력이 생긴다. 그래서 누구에게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데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나를 위해 어떻게 쓸지까지 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살아 있을 때부터 재산을 맡기고 본인 생활비·의료비·간병비처럼 자신을 위한 지급 기준을 정해 둘 수 있다. 판단 능력이 약해진 뒤에도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재산이 쓰이도록 설계할 수 있고 사망 후에는 남은 재산이 정해 둔 사람에게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전에는 본인 생활비·의료비를 우선 지급하고 사망 후에는 배우자에게 일정 기간 생활비를 지급하도록 정할 수 있다. 미성년 자녀가 한꺼번에 큰돈을 받지 않도록 나누어 지급하거나 학비·주거비처럼 목적을 정해 필요할 때마다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이 있다면 누가 보유할지, 언제 처분할지, 처분한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지도 계약에 담을 수 있다.

결국 유언과 유언대용신탁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에 가깝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만으로는 부족한 생전 관리와 사후 지급을 함께 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만능 아닌 신탁…세금·수수료 따져 봐야

물론 유언대용신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신탁을 했다고 상속세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류분 분쟁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신탁이 가능한 재산 종류·금융회사 신탁보수·중도해지 조건·세금 문제도 계약 전에 따져 봐야 한다. 특히 가족 관계가 복잡하거나 부동산·비상장 주식 같은 다양한 자산이 포함된다면 법률·세무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유언대용신탁이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상속을 사후의 한 장면으로만 보지 않고 생전 관리와 사후 지급까지 이어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언은 뜻을 남기는 일이고 신탁은 그 뜻이 실제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을 시작으로 기부신탁·증여신탁·치매 대비 신탁·장애인신탁 등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신탁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보려 한다.

☞유언대용신탁=살아있을 때 금융회사에 재산을 맡겨 관리하다가 사후에 본인이 지정한 사람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금융 상품이다.

☞유류분=상속 재산 중에서 법적으로 상속인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몫을 말한다.

여성경제신문 김민수 KB스타자문단 유언대용신탁 자문위원
minsu.kim.tr@kbfg.com

김민수 KB스타자문단 유언대용신탁 자문위원

KB국민은행 신탁부에서 자산승계 신탁 실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KB스타자문단 위원으로 유언대용신탁 자문을 맡고 있다. 금융 및 시니어 관련 매체에서 신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유언대용신탁의 실무적 활용 방안을 전하고 있다. 저서로 <상속, 신탁의 기준을 바꾸다> 가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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