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투자금 회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고,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와 맞물려 MBK의 투자 운용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간담회를 열고 MBK에 대한 추가 투자 중단과 회수 가능한 투자금의 조속한 회수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MBK에 대해 직무 일부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국민연금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 측의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국민연금이 MBK 펀드를 통해 투자한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우려와 맞물려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5천826억원과 보통주 295억원 등 모두 6천121억원을 투자했다.
RCPS는 일정 조건에서 원금과 약정 수익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금융상품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만기 5년, 연 3% 배당과 연복리 9% 수준의 만기 수익 조건을 전제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올해 1월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를 열고 홈플러스 RCPS의 공정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약 9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자산이 실제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전액 손실 처리됐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보통주 평가액도 이미 0원으로 반영한 바 있어, 홈플러스 투자금 대부분이 사실상 손실로 귀결됐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재심에서도 RCPS 조건 변경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RCPS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출자자인 국민연금 등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낮춘 것으로 보고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여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아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향후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는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운용사에 대해 선정 절차를 중단하거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이 현재 MBK가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약 2조5천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MBK는 RCPS 조건 변경은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MBK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당시 결정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여 전체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와 조건이 변경된 RCPS는 법적으로 별개의 증권으로 국민연금 투자 계약 조건에는 변경이 없었다"고 밝혔다.
오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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