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 사정이 과거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국제 비교 지표와 국내 정부 통계 모두에서 노인 빈곤율이 동반 하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9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 주기로 발간하는 'Pensions at a Glance 2025(한눈에 보는 연금 2025)'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집계됐다. OECD 조사에서 한국 노인 빈곤율이 30%대로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49.6%였던 노인 빈곤율은 2017년 45.7%, 2019년 43.8%, 2021년 43.4%, 2023년 40.4%로 꾸준히 하락한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통계에서도 개선 흐름이 확인됐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35.9%로 나타났다. 2021년 37.6%에서 2022년 38.1%, 2023년 38.2%로 2년 연속 상승했던 국내 지표는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노인 빈곤층 비중은 10명 중 약 4명에서 3.5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소득 빈곤율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처분가능소득은 근로·사업소득 등에서 세금을 제외하고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더한 실질 소득이다.
이번 국내 지표 하락에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노인의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54.9%로, 국가 지원이 없을 경우 노인 2명 중 1명 이상이 빈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적연금 등을 반영한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은 35.9%까지 낮아졌다. 2023년 시장소득 빈곤율(55.5%)과 처분가능소득 빈곤율(38.2%)의 격차는 17.3%포인트(p)였지만, 2024년에는 19.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노인 스스로의 소득 증가보다 국가의 소득 보전 정책이 빈곤 완화에 더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 노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OECD 회원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 평균은 14.8%로, 한국(39.7%)은 이보다 2.7배 높았다. 회원국 17개국에서는 노인 빈곤율이 전체 인구 빈곤율보다 낮았지만,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전체 인구 빈곤율(14.9%)보다 24.8%포인트 높아 격차가 가장 컸다. 이어 라트비아(21.3%포인트), 뉴질랜드(19.4%포인트) 순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또 여성일수록 빈곤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도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OECD 조사에서 66~75세 노인의 빈곤율은 29.8%였지만, 75세 이상은 54.0%로 크게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 노인 빈곤율이 32.6%, 여성 노인 빈곤율이 45.0%로 여성의 빈곤율이 더 높았다. 자산·소득 불평등 지표에서도 한국 노인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76으로 전체 인구(0.331)보다 높았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노인 0.306·전체 0.315)과 대비되는 결과다.
국내외 지표 모두에서 노인 빈곤율이 사상 처음 30%대로 내려왔지만, 국제 비교에서는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여성 노인과 후기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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