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반도체주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크게 출렁였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만에 20% 안팎 급락한 반면 인버스(곱버스) 상품은 같은 폭으로 급등하며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코스피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상장폐지론’까지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도 제도 보완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반도체 급락에 레버리지 ETF ‘직격탄’…투자자 손실 확대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인버스 제외)은 대부분 상장가를 밑돌았다. 수익률은 20% 수준까지 떨어지며 투자자 손실이 빠르게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의 시가총액은 12조7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첫날인 지난 5월 27일(4조8836억원)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약 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상장좌수도 약 2억좌에서 6억5700만좌를 넘어섰다. ETF는 수요가 증가하면 운용사가 신규 설정을 통해 좌수를 늘리는 구조여서 상장좌수 증가는 실제 자금 유입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기초자산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ETF는 20% 안팎 상승했다.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구조 특성상 기초자산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률도 확대된 결과다.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장기 보유 시 복리 효과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거래대금 3분의 1 집중…현물시장 변동성 키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일 리밸런싱은 현물시장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은 출시 첫날 9조7884억원에서 지난 3일 12조8271억원으로 31% 증가했다. ETF 시장 전체 하루 거래대금이 36조430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1144개 ETF 거래대금의 3분의 1이 14개 상품에 집중된 셈이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무렵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일일 리밸런싱을 반복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리밸런싱 규모도 커져 현물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국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두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ETF 리밸런싱 규모도 커져 지수 변동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86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30대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지난달 29일에는 96.9까지 치솟으며 6월에만 연중 최고치를 네 차례 경신했다.
◇도입 취지 퇴색…폐지론 확산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해외 투자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고 환율 안정,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5월 도입됐다. 해외에서 거래되던 상품을 국내에도 상장해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상장 이후 단기 투기성 거래가 집중되고 현물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진다.
정치권도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 책임을 물어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환율을 잡는다고 시행한 정책 상품인데 그간 오히려 환율이 상승했다”며 “미봉책은 도움이 안 될 것이며 상장폐지만이 도박판이 되어가는 증시를 살릴 해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정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보완하고 최소화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선책으로 ▲유동성공급자(LP) 관리 강화 ▲기본예탁금 상향 ▲투자자 교육 강화 등이 거론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만 문제?”…상장폐지는 시기상조
반면 상장폐지에 대한 신중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문제 삼아 상장폐지한다면 하나 또는 소수 종목만 담는 ETF를 모두 금지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을 선호한다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의미인 만큼 향후 시장 영향을 충분히 지켜보며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투자 손실을 막아줄 수는 없는 만큼 투자자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주가를 왜곡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면서도 “상장폐지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의 원인을 단일종목 레버리지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 규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크지 않아 상품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시 매수에 나서면서 오히려 충격을 완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상품이 없어지면 투자 수요는 다시 홍콩 등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상품인 만큼 일반 ETF처럼 한 달 수익률만 비교해 상품의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운용 과정에서 개선 조짐도 포착된다. 특히 도입 초기에 논란이 됐던 괴리율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 지난달 8일 SK하이닉스 주가가 7.7% 하락했음에도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49.7% 상승하면서 괴리율이 85.9%까지 치솟아 투자자 보호 논란이 불거졌다.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실제 자산가치(NAV)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괴리율이 커질수록 ETF 가격이 실제 가치에서 벗어나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은 “국내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괴리율 평균 1% 미만으로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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