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중도층을 품기 위한 '제3의 길'을 언급한 후 여권 내부가 소란스러운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주당 외연 확장'을 거론한 것을 놓고 친노·친문계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정청래 전 대표의 측근인 이상호씨는 "기회주의적 협잡"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외연 확장이 민주당 당권 경쟁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친명계는 중도포용, 외연확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오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청 간에 당권경쟁에서 민주당 노선 투쟁으로 확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워크숍서 중도층 포용, 외연확장 '제3의 길' 강조
'외연확장', 친명-친청 당권 경쟁 구도와 맞물려 격화 조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중도층을 포용'하기 위해 영국 노동당처럼 '제3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여당으로서 기존 지지층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기조를 설명하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노동당의 노선을 '노동자 계급 정당'에서 '성공을 열망하는 모든 이를 위한 정당'으로 전환해 장기 집권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실용적 성향의 중산층을 겨냥한 영국 노동당의 '몬데오 맨 전략'을 소개하며 "한국 상황으로 치면 성공을 지향하는 중산층, 즉 '그랜저 맨'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도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했다. 강 실장은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진보 정치 문법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정확히 파악했다"며 "정치는 100%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다. 대중들의 수요에 잘 응답하는 정당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친청' 미키루크 이상호 "강훈식 전당대회에서 좀 빠져달라"
정청래 "민주진영 통합" 고민정 "외연 확장, 내부 단합이 먼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민주당 워크숍에서 중도층 포용을 위한 '제3의 길'을 강조한 발언이 전해지자, 이상호 전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닉네임 '미키루크')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이 전 위원장은 4일 SNS에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실패했다"며 "지금 제3의 길이라 말하고 이언주 의원 같은 류와 더 크게, 더 많이 함께 하자는 의미인지 권리당원들은 다 안다. 실패한 길로 민주당을 안개 속에 헤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글에서 "전당대회에서 좀 빠져주실래요", "배신에 대한 죄책감이 1도 없는 기회주의 불나방들을 꼬셔오는 것은 협잡이지 통합이 아니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후 글을 수정하며 삭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정청래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의 노선을 정 전 대표 측근이 공개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정 전 대표도 중도 확장보다는 민주당의 적통성과 코어 지지층 결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합과 연대, 민주적 국민 정당으로 진화해온 민주당의 역사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우리 안의 통합부터 먼저 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은 증축이 아닌 재건축을 하려 했다"며 이 대통령의 외연확장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고민정 의원도 "우리 내부의 단합 없이 외연 확장을 이룰 수 없고, 외연 확장 없이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우리가 함께 슬기롭고 조화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의원은 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낙인찍기와 멸칭의 언어를 거두고, 상대를 인정하고 소통하며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선을 넘는 말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미키루크의 '협잡' 표현을 비판했다.
다만 고 의원은 외연 확장에 앞서 내부 결속이 먼저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고 의원은 "제가 생각하는 확장은 단단한 중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이거 없이 새롭게 만드는 건 완전히 새 판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靑 홍익표 "제3의길로 '구조적 다수' 구도 만들어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청와대 라이브-청기백기에서 "제3의 길이라고 해서 토론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었다"며 민주당의 제3의 길을 설명했다.
홍 수석은 "민주당의 첫 번째 길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있었다. 두 번째는 문재인 정부가 있었는데 재집권을 못했다. 이번 이재명 정부는 민주정부 4기이고 텀으로 보면 세 번째"라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과거 1,2,3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과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구조적 다수'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사회가 보수 우위의 구조가 꽤 오래되어 있었다"며 "국민의힘은 조금만 해도 거의 (득표율) 45%가 나온다. 비상계엄과 내란의 논란 속에서도 당시 김문수 후보가 42% 가까이 득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도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보면 민주당이 광역에서 많이 이긴 것 같지만 기초 단위로 가보면 큰 차이가 나지 못했다"며 "이런 구조적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보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한국 정치의 현실도 거론했다.
홍 수석은 "우리 사회가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 당을 동지로,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해야지 죽여야 될, 제거해야 될 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최소한 국민들이 예측 가능한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정치적 지형과 구조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 그게 저는 이재명 정부, 이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민주 통합기구 추진"…외연확장 기조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자신이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통합·연대·확장을 다 동시적으로 추진할 기구를 만들고 직접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8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해찬 전 총리나 저 같은 경우, 과거 학생운동을 한 분들은 민주대연합론에 서 있다"면서도 "당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며 통상적인 민주대연합론으로는 설득·수긍이 안 되는 층이 상당히 당내 기반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연대 여부에 관해서는 "조국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독자적 길을 가겠다면 연대와 단일화로 정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면 검증된 현재까지의 정치사는 거대 정당이고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합당"이라며 "정치적으로는 합치는 과정을 거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흡수합당"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무총리는 6일 출마 선언에서도 "통합하고, 연대하고, 확장하는 대통합 플랜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제3의 길' 관련 질문을 받고 "연대하며 확장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해온 흐름"이라고 답하며 강훈식 실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했다.
김현정 "제3의 길, DJ정신…진보세력 배제 아냐"
김현정 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제3의 길' 전략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연 확장과 국민 통합의 길에 대해 이견은 없다"며 "다만 집권 당시 지지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시각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나 강훈식 비서실장 모두 기존 민주 진보 세력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도 확장을 통해 통합과 실용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강훈식 비서실장이 워크숍 특강에서 영국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몬데오 맨 전략'을 비유로 들며 "우리도 중산층·중도층을 공략하는 '그랜저맨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일부 인사가 이를 '협잡'이라 비판한 데 대해 김 의원은 "DJ 정신을 그대로 얘기한 것"이라며 "실제로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채현일, '미키루크'에 "DJ 정치까지 부정하는 자가당착"
민주당 친명계 채현일 의원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제3의 길' 구상을 비판한 이상호 이원장을 향해 강하게 반박했다.
채 의원은 5일 SNS에 글을 올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려다 보니 스텝이 꼬여 결국 자신들이 계승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까지 부정해 버리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실장이 언급한 제3의 길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는 낡은 이념 대립을 넘어선 통합과 실용의 정치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 정치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며 "그런데 이 씨는 이를 '기회주의적 협잡'이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참으로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르면 공부해야 하고,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악의적 마타도어"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정청래 전 대표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김대중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한쪽에서는 김대중을 계승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김대중의 길을 협잡이라 비난한다. 어느 쪽이 진심인가"라고 반문했다.
채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를 흔드는 방식은 당을 위한 길도,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길도 아니다"라며 "분열과 반목의 정치가 아니라, 정부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는 통합과 책임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외연 확장해야 플러스 정치 되는 것"
박지원 의원도 7일 시사IN 유튜브에서 강 실장의 발언에 대해 "강훈식 비서실장이 얘기하신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회동 때 하신 말씀하고 똑같다"며 "정치는 외연을 확장해야 플러스 정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편만 가지고 이길 수 없다"며 "강훈식 비서실장도 외연 확장을 통해서 승리의 길, 집권의 길로 가자 하는 얘기를 제3의 길로 표현했기 때문에 아주 조화로운 말씀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이 정 전 대표의 마음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로 소통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그건 모르지만 미키루크가 비판적인 그런 글을 잘 쓰기 때문에 그분이 염려하는 것을 우리 쪽에서도 잘 받아들여서 일탈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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