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세 번 복지관, 보육원, 군부대 등을 찾아 무료로 짜장면을 제공하는 봉사단체 ‘수원중사모’의 봉사현장에 함께한다. 눈물 찔끔거리며 양파를 까고 땀 흘리며 고기를 볶고 면을 삶아 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특별한 재주가 없어 그저 남은 음식을 치우는 잔반 처리 역할을 맡을 뿐이지만 자발적인 손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시민운동의 위대함은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의 땀방울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소비자단체의 상담과 분쟁해결 지원, 취약계층 소비자교육, 소비자문제의 조사 연구 등 소비자권익활동에 앞장서는 소비자운동가들도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봉사에 함께 참여하는 분이 “시민단체의 열악한 현실과 활동가들의 눈물겨운 노고를 미리 알았더라면 현직에 있을 때 더 귀를 기울이고 잘 도왔을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시민 공익단체가 많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냉정하게 자문해본다.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은 과연 정책의 진정한 동반자로 인정받고 있는가. 거버넌스의 당당한 주체로 존중받고 있는가.
새로운 지방정부의 출범을 맞아 이제는 무늬만 거버넌스가 아닌 ‘진정한 거버넌스’가 실현돼야 할 때다. 거시적인 지역 소멸의 위기 문제, 지역경제 문제 등 중앙정부와 함께 해결해야 할 현안뿐만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배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상생, 사기·기만 상술로 인한 취약 소비자계층의 피해 등 민생 문제는 관(官) 주도의 일방적인 행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진정한 거버넌스의 출발점은 지방정부가 시민단체를 단순히 수혜의 대상, 혹은 부족한 행정의 손길을 채워주는 ‘보조금 수령 기관’으로 보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행정보다 앞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 온 현장의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행정의 과감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환경 운동, 사회복지, 소비자 권익, 소상공인 상생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 운동가들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라인을 구축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 기획과 예산 편성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행정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동시에 시민단체 공익활동가 스스로도 엄격하게 성찰해야 한다. ‘과연 공익을 위해 도덕적 흠결 없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이 무거운 질문 앞에서 당당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한 사람의 소시민이자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공익활동가에게 부여된 도덕성과 정의감은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자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당당히 서기 위한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며칠 전 인생의 선배인 노인회장의 말씀이다. 지방행정의 성공은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고 시민단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참여를 이끄는 가장 믿을만한 통로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민단체를 든든한 파트너로 삼아 상호 존중과 신뢰의 거버넌스를 실현해야 한다.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가 열린 행정으로 시민단체와 함께 만들어갈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사회의 미래를 기대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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