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절실한 헤어숍 인턴 러브콜에 지갑 얇은 젊은층 호응…새로운 스마트컨슈머형 소비
최근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 플랫폼에선 헤어 모델 구인·구직 활동이 부쩍 늘었다. '당근'에는 강남구 논현동 지역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25건의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헤어 모델 관련 게시글은 무려 70만건이 넘는다. 구인·구직은 실습생이나 인턴들이 직접 본인의 계정에 구인 게시물을 올린 후 지원자를 기다리는 형태로 이뤄진다. 통상 구인 게시글을 올리면 하루에 약 10~15명 정도의 지원 문의가 들어오는데 플랫폼 내에서 이용객들의 평가가 축적되다 보니 인기가 많은 실습생이나 인턴이 올린 구인 공고에는 더욱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지원자는 대부분 헤어 관리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이다. 특히 시술·디자인 비용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송파구의 한 대형 헤어숍에서 근무하는 인턴직원 차수혁 씨(25·남·가명)는 "디자이너로 승급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대개 100명 안팎의 시술·디자인 경험을 갖춰야 한다"며 "플랫폼에 구인 게시글을 한 번 올리면 주변 지역에서 500명가량 연락이 오기 때문에 쉬는 날 스케줄을 짜서 모델을 선정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헤어 모델의 최대 장점은 단연 비용이다. 일반 커트의 경우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며 간혹 이름이 알려진 실습생이나 헤어숍 인턴일 경우에는 5000~1만원 수준의 비용이 책정된다. 염색이나 펌처럼 재료가 필요한 시술도 무료인 경우가 많다. 헤어 모델 지원 경험이 있다는 대학생 서민주 씨(22·여)는 "원래 미용실에 가면 매달 커트 비용으로만 4~5만원씩 지출해야 해서 부담이 컸다"며 "얼마 전 헤어 모델에 지원해 재료비로 딱 8000원만 지불하고 일반 매장가 15만원 수준의 염색과 커트를 받았는데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서안 씨(31·여) 역시 "종종 당근마켓을 통해 집 근처에서 헤어 모델 신청을 하곤 한다"며 "처음에는 머리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관리가 필요할 때 마다 헤어 모델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이지훈 씨(21·남)는 "요즘 미용실 커트 비용만 해도 2~3만원이 기본이라 너무 부담스럽다"며 "헤어 모델에 지원하면 무료로 커트를 받을 수 있는데 인턴분 나이대도 젊다 보니 트렌디한 스타일을 바로 파악해 반영해 줘서 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실습생이나 인턴들로만 이뤄진 '인턴 전용 미용실'까지 등장했다. 일반 헤어숍과 똑같은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로 저렴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단골 고객이 유독 많은 편이다"며 "요즘에는 동네 고령층 고객들의 방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아무래도 숙련된 디자이너가 아니다 보니 배우는 과정에서 시술 시간이 2~3배 이상 오래 걸리거나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이 온전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방문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헤어 모델' 인기에 대해 고물가에 대항해 지출을 통제하는 전형적인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형 소비 행태이자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이 가져온 매칭의 힘이 발현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오프라인 시대와 비교했을 때 현대의 디지털 플랫폼은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엄청난 매칭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지출을 억제하려는 소비자의 니즈와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인턴의 니즈가 플랫폼을 통해 딱 맞아떨어지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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