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전 세계 도심항공교통(UAM)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체 개발에서 실제 운항을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체를 개발해도 이착륙 시설과 비행할 공역,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상용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중동은 이미 운항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국내에서도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UAM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는 공역 확보와 법제도 정비가 꼽힌다. 특히 버티포트가 UAM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공역과 운항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버티포트 건설 자체는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지만, 공역과 운항 노선, 관제 체계가 먼저 정리돼야 설치 위치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도 “버티포트를 어디에 설치할 수 있는지, 어떤 항로로 비행할 것인지, 관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기준이 마련돼야 비로소 버티포트도 건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공역과 운항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버티포트를 단순한 이착륙장이 아닌 충전시설과 승객 대기시설, 기상정보, 소방 대응, 운항관리체계까지 포함하는 복합 인프라로 규정했다.
FAA는 정책 마련에 이어 실제 연구시설 구축에도 나섰다. 지난 6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수직이착륙기 운항 절차를 연구하는 V-PAR(Vertical Take-Off and Landing Procedures and Analysis Range) 연구시설 구축에도 착수했다. 이 시설은 버티포트 운영과 이착륙 절차, 운항 환경 등을 연구하고, 차세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 기준 마련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두바이는 세계 최초 상업용 에어택시 운항을 목표로 도심 곳곳에 버티포트를 구축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유럽 공동 연구사업을 통해 버티포트를 기존 항공교통체계와 안전하게 연결하기 위한 운항 절차와 교통관리 체계를 개발하고, 실제 환경에서 이를 검증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공역 확보가 여전히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이나 중동처럼 새로운 운항망을 설계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군 공역과 민간 항공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비행할 수 있는 공역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은 비행금지구역과 군 공역이 많아 현재 도심에서 비행이 가능한 구간은 여의도~잠실 구간 정도에 불과하다. 버티포트 규모와 시설 기준 등 기본적인 제도는 상당 부분 마련돼 있지만, 실제 설치 가능 지역을 결정하는 공역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역 문제는 국토교통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방과 항공,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협의해야 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UAM 상용화의 성패가 기체 성능보다 공역과 법제도, 운항 기준을 얼마나 빠르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공역이 확보돼야 버티포트 위치를 결정할 수 있고, 운항 노선과 관제 체계도 함께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용 서비스는 기존 헬기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상용 서비스는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 거점에 버티포트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공역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K-UAM 그랜드챌린지를 통해 기체와 운항체계 실증을 진행하며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증과 실제 상용화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역과 법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실증 결과를 실제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운항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일은 정부와 지자체, 군, 항공 당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결국 UAM 경쟁은 기체보다 실제 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먼저 갖추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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