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새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 정책평가위원회(이하 정책평가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의 면면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민간위원들의 정책 제언이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과 감독 방향에 활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역시 '상생금융' 관련 정책 기조와 감독 방향을 미리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책평가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당연직 공공위원 7명과 학계·법조계·소비자단체·금융권 전문가로 구성된 위촉직 민간위원 12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됐다.
이재명정부 금융정책 기틀 닦은 책사 포진…금감원 출신들도 여럿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평가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금융위 산하 자문기구로 신설된 정책평가위원회는 향후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실질적인 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방안을 검토하고 감독 체계의 방향성 설정 및 제도 개선 등에 관한 핵심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억원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소비자단체, 학계, 연구계, 법조계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며 민관 협력을 통한 정책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이번에 위촉된 민간위원은 엄명숙 소비자시민모임 서울지부 대표,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임수강 전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남재현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민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이상복 서강대학교 로스쿨 교수,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마성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변웅재 강남대학교 특임교수, 홍명종 BNK 금융지주 소비자보호 부사장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 위촉된 민간위원들의 이력이나 성향, 주변 네트워크 등에 상당한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개편이나 내부통제 강화, 불완전판매 방지 대책, 새로운 소비자 보호 규제 등이 민간위원의 정책 제언을 거쳐 구체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역시 매년 업무계획과 금융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최고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 심의·자문 결과를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금융 소비자 보호와 플랫폼 금융 규율, 금융취약계층 보호 강화 등은 민간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이번에 위촉된 민간위원은 크게 네 분류로 나뉜다. 전·현 진보정권 인연, 금융 분야 전문가, 민간 금융사 현직 임원,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임원 등이다. 우선 고령층 금융교육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문재인정부는 물론 현 정부와도 접점을 지니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대한노인회 정책이사를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시절 서민금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금융취약계층 지원 정책 논의의 최전선에 서기도 했다.
현재 그가 소속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다. 윤 대표는 노무현정부에서 장관직을 지냈으며 대구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교육계 원로다. 이사회 구성 또한 정·관계와 학계, 언론계 등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 꾸려져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역임한 정용상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 등이 이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정용상 이사는 현재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및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는 등 법조계와 학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인사로 평가받는다.
임수강 전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또한 현 정부와 나름의 인연을 맺고 있다. 금융정책과 서민금융 분야를 두루 거친 연구자인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동서증권을 거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기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 활동했다. 또한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정책 수립 경험을 쌓았다. 임 위원은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의 핵심 금융 정책인 '기본금융' 연구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 보좌관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4월 한국주택금융공사 감사로 선임된 이후에는 금융 공공기관의 경영 감시와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총괄하고 있다.
금융 분야 전문가들도 민간위원 명단에 여럿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분야를 연구해 온 대표적인 금융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연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비상임이사와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은행연합회 코픽스(COFIX)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 교수 가족 중에도 금융·경영 분야 전문가가 다수 존재한다. 남 교수의 동생인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국민연금연구원 기금평가 팀장,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 위원 등을 역임한 연금 및 자산운용 전문가다. 또 다른 동생인 남대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략경영 분야 전문가로 문재인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의 혁신기업 선정위원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이상민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감독원에서 오랜 기간 검사와 감독 업무를 수행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까지 금융투자검사3국장직을 역임했다. 현재는 금감원 금융현장소통담당관으로 재직하며 현장 중심의 감독 체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마성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약 10년간 금감원에서 회계감리와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한 금융규제 전문가다. 사법시험 48회 출신인 그는 대부업검사실과 금융투자국, 감독총괄국, 회계기획감리실, 회계조사국 등을 두루 거쳤다. 회계감리와 자본시장 감독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사내변호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금융분야 실무에 능통한 전문가들이다. 사법시험 38회 출신인 이상복 교수는 한국거래소 연구위원을 거쳐 노무현정부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국민은행 윤리경영 자문위원,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역임하며 당국과 금융회사를 아우르는 금융법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규복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금융산업 연구 전문가로 한국기술금융주식회사(현 산은캐피탈) 영업 1부 심사역보로 근무한 바 있다.
현 BNK 부사장·하나은행 사외이사 눈길…민간 소비자 단체 대표들도 여럿
민간기업 현직 임원의 참여도 눈에 띈다. 그 중 홍명종 BNK금융지주 소비자보호부문 부사장은 이번 민간위원 12명 중 유일한 민간 금융사 상근 임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홍 부사장은 지난 4월 단행된 승진 인사를 통해 부사장직에 올랐으며 현재 BNK금융의 소비자 보호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행정고시(37회)와 사법시험(44회)을 모두 합격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 및 정책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미국 UC데이비스 로스쿨에서 법학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NH농협은행 부행장을 거치기도 했다.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민간 금융사 현직 임원이다. 과거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을 역임한 주 교수는 학계와 금융 실무를 아우르는 인물로 유명하다. 올해 초 하나은행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현재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나은행은 앞서 최현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수년 전부터 소비자 분야 전공자를 이사회에 적극 배치하며 포용금융 기조를 강화해 왔다.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 역시 올해 초 금융지주 중 최초로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선제적인 체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주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교(Virginia Tech)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금융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맡고 있다.
오랜 기간 소비자 권익을 대변해 온 시민단체 인사들도 이번 위원회에 포함됐다. 엄명숙 소비자시민모임 서울지부 대표는 오랜 기간 소비자 권익 보호 운동에 매진해 온 인물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국제적인 시각과 전문성을 갖고 소비자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1983년 설립된 자발적·비영리적·비정치적 전문 소비자 단체다. 현재 단체를 이끄는 문미란 회장은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과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정책 연구기관과 법조계를 모두 거친 인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을 지녔다. 변웅재 강남대 특임교수는 사법시험 34회 출신으로 과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역임하며 소비자 분쟁 해결과 피해구제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연맹 AI신기술소비자연구소장을 맡아 인공지능과 디지털 신기술 확산에 따른 소비자 권익 보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금융소비자 정책평가위원회의 출범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감독 정책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학계, 법조계, 금융계, 소비자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번 위원회 위원 구성은 소비자의 권익을 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위원회가 단순한 자문 기능을 넘어 정책의 실질적인 개선을 끌어내는 포용적 금융 거버넌스의 핵심 기구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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