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도 근기법상 근로자”···고법, 노동자성 인정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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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도 근기법상 근로자”···고법, 노동자성 인정 첫 판결

투데이코리아 2026-07-08 1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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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9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받고 목적지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이기봉 기자
▲ 6월 9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받고 목적지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이기봉 기자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배달라이더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1부(이지영·황성미·박성윤 고법판사)는 지난 3일 배달기사 A씨가 모바일 배달 플랫폼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회사와 라이더가 배달을 완료하면 가맹점 또는 이용자가 지급한 배달료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정산금을 앱을 통해 지급하는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같은 해 12월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회사로부터 대여받았던 배달조끼와 오토바이 등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해고무효 및 임금을 청구하는 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A씨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2심에서는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종래 근로기준법이 상정한 전형적인 근로자에 비해 완화된 형태로 노무를 제공했다”면서도 “앱에 접속해 근무하는 동안 보수를 목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판단되는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A씨가 회사가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만 업무를 처리한 점, 업무 방식과 보수 산정 기준이 모두 회사가 정한 구조에 따라 결정돼 A씨에게 재량이 없었던 점, A씨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지휘·감독이 수반된 점, 회사가 A씨에게 사전에 정한 근무 시간 준수를 강제한 점, A씨가 지급받은 보수가 노무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적 성격을 지니는 점 등이 근로자성 인정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A씨에게 배달료 정산금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하지 않은 점,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취급했던 점 등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회사의 의사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의 개별 규정 중 A씨와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규정이 있고 종국적으로 별도의 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때까지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 근로기준법의 탄력적인 해석을 통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 추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로 플랫폼을 통해 노동한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부담하는 사회보험, 연차,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면탈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플랫폼사는 이번 판결 취지에 맞게 노동자의 권리 보장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자 추정제도 등을 도입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에 나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권리가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기술의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렸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는 법과 제도가 당연히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노동자 추정제도를 도입하고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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