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공급망' 편입되며 '나토 들어가는 건 아냐'? 분리되지 않는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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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공급망' 편입되며 '나토 들어가는 건 아냐'? 분리되지 않는 '연루'

프레시안 2026-07-08 15:10: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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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앞선 글 '무기 팔러 나토 참석? '방산 세일즈'가 대통령 외교 목적일 순 없다'의 문제의식을 이어갑니다. (지난 글 보기)

이재명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 결과는 방산 세일즈를 넘어섰다. 한국과 NATO는 조달 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고 대통령은 한-NATO 방산 협력을 '방산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무기체계를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고 함께 운용하자는 구상이다.

겉으로는 시장 진출이다. 정부는 연 15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NATO 공동조달 시장에 한국 기업이 들어갈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군사에서 조달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조달은 표준을 요구하고, 표준은 정비와 운용을 묶으며, 정비와 운용은 결국 전략의 방향을 좌우한다. 이번 순방의 핵심은 몇 건의 계약이 아니라 한국 방산이 어떤 안보 구조 속으로 들어가느냐에 있다.

지금 NATO와 유럽의 방산 논의는 평시 시장 확대의 언어로만 이해할 수 없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많이, 더 빨리, 더 오래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산업기반을 요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마르크 뤼테 NATO 사무총장의 공동기고도 유럽과 NATO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과 병참 능력을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표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구조를 설계하는 당사자들 스스로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표준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 표준 속으로 들어가는 한국도 시장이 아니라 전략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여기서 표준이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표준은 기술이 아니다. 표준은 이탈 비용을 높여 전략적 선택지를 좁히는 장치다. NATO 자신도 표준화의 최종 목적을 상호운용성으로 설명한다. 상호운용성이란 전술·작전·전략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 일관되고 효과적으로 함께 행동하는 능력이다. 표준화의 종착점은 시장 접근이 아니라 공동 행동 능력이라는 뜻이다. NATO는 이 표준화를 회원국뿐 아니라 파트너국과도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한다.

군사에서 표준은 함께 움직이기 위한 약속이다. 같은 규격을 쓰면 함께 만들기 쉬워지고, 함께 고치기 쉬워지고, 함께 운용하기 쉬워진다. 이 과정이 반드시 어느 날 갑자기 전쟁에 끌려가는 자동 장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맞춘 표준은 되돌리는 비용을 키운다. 이탈 비용이 커질수록 선택지는 좁아진다. 이것이 표준화의 전략적 의미다.

물론 한국군은 이미 한미동맹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다. 155mm 탄약, 지휘통신체계, 전술 데이터링크 등은 오래전부터 미국 중심 표준과 맞물려 왔다. 그러나 이번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무기 규격이 아니다. 기존 한미 상호운용성이 한반도 방어를 위한 군사적 연결이었다면, 지금 논의되는 NATO 조달협정은 생산, 조달, 정비, 비축까지 묶는 군수 생태계의 확장이다. 표준이 무기 운용을 넘어 산업과 병참으로 확장될 때 연루의 성격도 달라진다.

조달과 공동생산은 산업정책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그 목표를 NATO 공급망 편입이라고 말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우리 기업이 NATO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편입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렇다고 NATO 범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파트너국으로 협력하는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두 설명은 양립하기 어렵다. 편입을 성과로 말하면서 편입의 전략적 의미만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편입과 안보망 편입은 군사 표준화 안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특히 공동비축은 시장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조달과 생산은 그나마 산업정책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물자의 공동비축은 병참이다. 병참은 전쟁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방산 비축을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략 비축유에 비유하는 순간 논의는 시장 접근을 넘어 전쟁 지속 능력의 공유로 넘어간다.

물론 한국이 NATO 공급망 안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생산과 정비 역량을 확보한다면 그것 자체가 협상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협상력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핵심 기술, 생산 통제권, 재고 결정권, 분쟁 연루에 대한 정치적 거부권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급망 참여는 레버리지가 아니라 하청 편입이 된다. 더구나 NATO의 기본 방향은 외부 의존을 줄이고 내부 산업기반을 키우는 데 있다. 한국이 들어간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이 주도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물론 조달협정에 들어간다고 곧바로 NATO 회원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은 맞지만 비판의 핵심은 법적 가입이 아니라 기능적 통합이다. 집단방위 조항에 서명하지 않아도 조달·표준·정비·비축·운용 체계가 맞물리면 연루는 제도화된다. 파트너국을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바로 조달협정이고 표준화이며 상호운용성이다.

한국과 NATO의 협력은 2012년 개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으로 제도화됐고 2023년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으로 격상됐다. 2022년 이후에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이른바 인도·태평양 4개 파트너국(IP4) 차원의 협력도 본격화됐다. 이 틀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북핵 문제였고 이후 NATO는 조선, 중국, 러시아 문제를 점차 하나의 연결된 안보 의제로 다뤄 왔다.

그래서 문제는 NATO와 협력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문제는 어떤 표준에, 어떤 속도로, 어떤 조건으로 어디까지 묶일 것인가이다. 한국이 한반도 억제를 위해 감수해 온 상호운용성과 NATO의 대중·대러 억제망에 새로 접속되는 표준화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한미 상호운용성은 한반도 방어라는 우리의 사활적 이해를 뒷받침하지만 대중·대러 억제망 표준화는 그 이해와 충돌하는 다른 전선에 우리를 끌어들인다. 하필 그 그물이 조선의 후견국뿐 아니라 조선까지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분단국가의 평화공존 공간과 직결된다.

표준은 기술이 아니다. 조달은 거래가 아니다. 비축은 재고관리가 아니다. 표준은 함께 움직이기 위한 약속이고 조달은 함께 무장하기 위한 통로이며 비축은 함께 버티기 위한 병참이다. 이것이 쌓이면 시장이 아니라 전쟁 지속 능력의 공유가 된다.

분단국의 대통령이 가장 먼저 계산해야 할 것은 무기 수출액이 아니라 평화공존의 공간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국 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순방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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