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미데이트 /연합뉴스
마약류 대용으로 불리는 '제2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사들인 피고인에게 판매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2025년 3월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에토미데이트 거래가 이루어졌다.
의약품 판매 자격이 없는 피고인 A씨는 B씨와 C씨에게 현금 3500만 원을 건네고 100박스를 넘겨받았다.
A씨는 바로 다음 날 밤에도 같은 장소에서 3500만 원을 주고 100박스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틀 만에 무려 200박스(총 2000앰플, 20,000ml)의 약품이 7000만 원에 거래된 것이다.
이들이 대량으로 거래한 에토미데이트는 투여 시 강제로 의식 소실을 유발하는 전신마취 유도제다. 프로포폴과 효과 및 작용이 유사해 2013년경부터 마약류 대용으로 불법 유통되어 온 전문의약품이다.
"판매 목적 의심되지만"… 엄격한 증거재판주의
검찰은 범행 시점(2025년 3월)을 기준으로 A씨에게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약사가 아닌 A씨가 많은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대량 매수해 제3자에게 판매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역시 A씨의 행동이 석연치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취득한 수량이 개인이 취급하기에는 많은 양으로 보이고, 수사기관에서 투약 기간과 장소 등에 대해 일관성이 부족한 진술을 했다"며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 때문이다.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해야 하는데,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판매 목적’을 입증하기에 부족했다는 것이다.
신빙성 잃은 증인들… 물적 증거도 없었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판매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투약할 목적"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 점에 주목했다.
반면 약을 판 B씨는 "A씨와 대면하지도 않았고 사용 목적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검찰 측 핵심 증인들의 진술도 법정에서 힘을 잃었다.
한 증인은 "원진술자로부터 A씨가 약을 타인에게 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문진술(다른 사람의 진술을 전하는 것)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진술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못할 사유가 증명되지 않았고, A씨가 원진술자와 대질조사조차 받지 못해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이 진술의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또 다른 증인은 "원진술자와 A씨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A씨가 약을 팔고 싶어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증인이 약품 가격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고, 원진술자가 굳이 스피커폰을 켜 통화 내용을 듣게 할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며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A씨가 약을 팔기 위해 구매자를 물색하거나, 포장 및 운반을 하는 등 실제 판매를 위한 준비 행위를 했다는 물적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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