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MBK)의 책임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기업 인수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10년간 경영에 참여한 홈플러스 사태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경영 조치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MBK가 외부에 제시해온 거버넌스 원칙이 내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8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MBK는 주요 투자기업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 경영 투명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현 경영진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거버넌스 개선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다.
반면 MBK가 최대주주로 10년간 경영에 참여한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청산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약 2천억원의 운영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직원 약 1만2천명과 협력업체 4천600여곳, 투자자와 채권자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현재까지 투자 책임자나 경영진에 대한 공식적인 인사 조치나 조직 쇄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2015년 홈플러스 인수를 주도한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이후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현재도 MBK 부회장으로 주요 투자와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MBK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등을 추진했지만 경쟁력 약화와 유동성 악화를 겪으며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재계에서는 대규모 경영 실패나 사회적 파장이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 교체나 경영진 쇄신 등 책임경영 차원의 후속 조치가 뒤따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MBK 포트폴리오 기업인 롯데카드는 고객정보 유출 사고 이후 조좌진 대표가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시 기타비상무이사였던 김광일 부회장도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신세계 역시 스타벅스 '탱크데이(Tank Day)' 마케팅 논란 이후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경영진 쇄신에 나선 바 있다.
반면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에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 조치나 조직 개편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책임경영 공백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체불임금 보전 등 정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도 커지는 등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의 핵심은 기업이 성공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느냐에 있다"며 "외부 기업에는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면서 내부에서는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책임경영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단순한 투자 실패를 넘어 MBK가 그동안 강조해온 책임경영과 내부 거버넌스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에서 제시했던 지배구조 개선 원칙이 MBK 스스로에게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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