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제안으로 공개토론…기획처 "연동제 손질" 교육부 "유지·활용범위 확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김수현 기자 =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8일 초·중등 교육의 핵심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 개편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KTV, 기획예산처 및 교육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고 자유토론을 포함해 1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됐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토론회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내국세의 20.79%가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받는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육 재정을 일방적인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 유지를 주장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에 관한 부처 간 공개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다.
◇ 박홍근 "재정 효율적으로 써야" vs 최교진 "교육안전망 훼손" 우려
박홍근 장관은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교육교부금 체제의 경직성을 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교육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와 관련해 "연도별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부금 안정성에 야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내국세의) 20.79%를 교부하는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토론 열기가 뜨거워지자 "재정은 국가, 국민의 것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며 "때로는 칸막이를 만들고 헐기도 해서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계는 '(교육교부금을) 왜 축소하느냐'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미래교육 수요에 대응해 교부금 총액은 계속 늘리고 학생 1인당 예산도 계속 늘린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토론 말미에 과거 초선 의원 시절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을 22%까지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던 사실까지 언급하며 "당시 학생 수 감소가 예견돼 있었고 멀리 내다보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최교진 장관과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나란히 공교육을 위해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 장관은 "최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교육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교육재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합리적인 재정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교육부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논의가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 투자의 안전망인 20.79% 틀을 기본으로 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고등교육, 영유아 교육, 평생교육 같은 교육 전반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정근식 교육감도 "이재명 정부가 20.79%를 헐어서 줄였다고 할 때 역사적, 사회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병력이 감소했다고 국방비를 줄이지 않듯이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교육교부금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한시간짜리 토론이 아니라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함께 하는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며 교육교부금 개편이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 "학생 수 감소에도 자동이체 맞나?" vs "교육 수요 줄지 않았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교육교부금 연동 구조를 '자동이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비유하면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가 1명씩 총 2명이 있는 부모가 초중고 교육비 통장에 월급의 1/5씩 저축하는 상황"이라며 "첫째가 대학생에 진학했고 (자녀 중) 초·중·고 학생은 1명뿐인데 월급이 올랐다는 이유로 더 큰 금액을 그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세수는 법인세 의존도가 높고, 법인세는 기업 실적, 그 기업실적은 해외 요인에 의해서 매우 크게 흔들린다"며 "교육재정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면서 연동구조를 만들었는데 이를 들쑥날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을 단순하게 축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다문화학생 증가, 특수교육 확대, 학생 정신건강 지원, 디지털 기반 교육 전환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 필요한 논의는 단순한 내국세 연동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공교육의 안정적 기반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했지만 실제로 교육수요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2017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학급 수는 0.2% 밖에 줄지 않았고 학교 수는 오히려 늘었다. 농산어촌 등에서 학교 소멸 문제가 진행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과밀학급 문제 등 양극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영유아 교육 및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미래 패권을 지키느냐, 아니면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느냐는 오롯이 대학에 달려있는데 고등교육은 심각한 재정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며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영유아기는 교육 투자의 출발점으로 이때 발생한 돌봄 격차는 학습 격차, 건강 격차, 사회 불평등으로 누적된다"며 교육교부금의 지원 대상에 영유아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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