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성과급·평가제도 개편안이 직원 동의를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개편안에 반발하며 출범한 창사 첫 노동조합은 출범 하루 만에 과반 조합원 확보를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급·평가제도 개편안 찬반 투표에서 전체 직원 기준 동의율이 40%에 머물러 개편안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투표에 참여한 직원 가운데 71.9%는 찬성했지만, 투표율이 55.6%에 그쳤다. 회사가 제시한 시행 요건인 '전체 직원 과반 동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개편안은 최종 부결됐다.
이번 개편안은 기존 현금성 목표인센티브(PI)를 폐지하고 연봉의 20% 수준을 기준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과 보상을 기업가치와 장기 성장에 연계하고, 평가제도도 기존 연 2회에서 연 1회 성과·역량 중심 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금으로 지급되던 성과급이 자사주로 대체될 경우 실질적인 보상 규모가 주가와 업종 환경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존 PI가 폐지되면 퇴직금 산정 등 임금성과 관련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부 직원들은 투표 과정에서도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기간 연장과 찬성 독려 과정 등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으며, 이 같은 반발이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과급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창사 이후 첫 노동조합 출범으로 이어졌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SDS지부는 공식 출범 다음 날인 7일 "조합원 가입 신청자가 약 5800명에 달한다"며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SDS 전체 임직원은 약 1만1000명 규모다.
노조는 회사에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후속 절차를 중단하고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과반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는 해당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결과가 삼성 계열사의 보상체계 개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기는 성과급 제도 개편안이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반면, 삼성SDS에서는 직원 반발이 노조 결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같은 그룹 내에서도 사업 특성과 조직 문화에 따라 구성원의 수용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성과급의 임금성 논란을 줄이고 장기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확대하기 위해 자사주 보상과 장기 인센티브(LTI) 제도를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삼성SDS 사례는 향후 유사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기업에도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당분간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노조와의 협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제도 개선이 다시 추진될 경우 현금 성과급 유지 범위와 자사주 지급 비중, 보상 산식의 투명성, 평가제도 운영 방식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 보상을 도입하더라도 현금 보상과 병행할지,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사와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지도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SDS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디지털 물류 플랫폼 등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개발자와 IT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보상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핵심 인력 확보와 유지, 채용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IT 서비스와 시스템 운영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인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프로젝트 수행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의 임금성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과 현금 보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직원들의 인식 차이가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며 "삼성SDS 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향후 보상체계 개편은 인사정책 차원을 넘어 노사 교섭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