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광주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 피의자 장윤기와 현직 경찰 간부인 부친, 경찰 수사팀 간 유착 의혹이 드러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윤기 사건을 근거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예정대로 발의해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은 8일 장윤기 사건을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규정하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진실은 검찰 보완수사가 있었기에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기득권이 아니라 경찰 권력의 독주를 막는 국민의 마지막 안전장치였음을 처절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 충격과 분노는 외면한 채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인다. 이 정권이 밀어붙이는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결국 권력의 방탄, 견제와 균형의 해체”라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정녕 범죄자는 웃고, 피해자는 두 번 우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창 피어날 나이에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여고생과 그 부모의 찢어지는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민주당 안중에는 눈물 흘리는 피해자 가족이 있나”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적 이익과 수사권 박탈에만 혈안이 된 민주당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 역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살인자의 편에 설 것인가"라며 "장윤기 사건은 오직 경찰만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수없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그런 데도 전당대회에만 정신 팔려 보완수사권마저 기어이 없애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관련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검찰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검찰의)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며 “이번 주 내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밀도 높고 내실 있는 논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해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며 “이미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았던 대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폐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피해자 보호 방안을 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공방의 배경에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이 자리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원룸에 있던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 장모 경감이 해당 물품을 반출한 정황을 확인한 뒤 주거지와 차량,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고, 장 경감이 리얼돌과 휴대전화를 가져가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목 부위 등이 비정상적으로 훼손된 리얼돌 등을 토대로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리얼돌 DNA 감식 보고서가 송치 기록에서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팀이 장 경감과 구속된 장윤기의 통화를 연결해주고, 장윤기의 주거지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수사팀장이 장 경감에게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청구 계획,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일정 등을 사전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장윤기 차량에서 발견한 케이블타이를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았고, 수사 초기에는 ‘아버지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함구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호중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사법연수원 48기)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보완수사권 없이 성범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성범죄 사건에서 보완수사가 필요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 검사는 “경찰이 허위로 수사를 했을 경우 보완수사권 없는 검사가 경찰의 허위수사를 알아챌 방법이 있나”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억울한 피의자, 피해자가 양산될 거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이 동시에 불거지자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명운을 걸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경찰은 형사팀장의 증거인멸 혐의를 포착한 뒤 감찰을 즉시 수사로 전환했으며,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을 팀장으로 하는 27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관련 의혹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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