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보다 빠른 사업 추진을 약속하며 후보지를 늘려온 공공정비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문가들은 공공이 주도하더라도 사업성에 기반한 실행 설계를 먼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핵심은 후보지 수가 아니라 ‘전환율’이다. 후보지를 얼마나 많이 지정했느냐보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착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주민 동의, 사업성, 공사비, 분담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공급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책을 실제 집행할 기반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공공 직접시행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관련 조직과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어렵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낼 제도적 장치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직접시행을 담당할 조직을 먼저 정비하고 관련 법안 개정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런 준비 과정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용적률 인센티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처럼 수용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민간 신탁 방식 정비사업처럼 주민협의체를 통해 분양가와 시공사 선정 등 주요 의사결정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성 보완도 필요하다. 최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공공이 사업을 맡더라도 수익 구조가 맞지 않으면 주민 동의를 유지하기 어렵다. 공공기여와 기부채납 부담이 과도해질 경우 공공정비 역시 민간 정비사업과 마찬가지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LH가 한다고 해서 손해를 보면서 계속 사업을 할 수는 없다”며 “도심에서 공공 주도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공공기여나 기부채납이 과도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공급 확대 역시 민간 공급 기반 회복과 함께 가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이 일부 사업을 보완하더라도 민간 공급시장과 수요시장이 함께 정상화되지 않으면 시장 안정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LH의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려면 민간 공급시장과 수요시장이 함께 정상화돼야 한다”며 “대출과 세금 규제는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관협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공이 공공성과 절차 안정성을 맡고, 민간은 자금 조달과 시공·사업관리 역량을 보완하는 방식이 작동해야 공급 확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승현 송승현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최근에는 공공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 중심으로만 가기보다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는 형태를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이 참여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려면 대출 지원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용적률을 어느 수준까지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정책적으로도 사업 여건에 맞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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