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K팝 산업이 앨범 초동 판매량이라는 정량적 지표의 한계에 직면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과 기초체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가운데 단순한 팬덤의 지갑을 여는 1차원적 소비를 넘어, 아티스트 IP를 국가의 유구한 문화유산과 결합해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영속성을 확보하려는 방탄소년단(BTS)의 행보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앨범 넘어선 무형의 자산화…'더 시티 런던'이 던진 화두
최근 런던 도심에서 전개 중인 방탄소년단의 '더 시티 런던' 프로젝트는 대영박물관 한국관과의 협업을 통해 K팝 IP의 활용 범위를 공공 전시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의 서사를 달항아리, 신라 금귀걸이 등 전통 유물과 교차시킨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은 단순한 팝업 스토어를 넘어선 고도의 IP 밸류에이션 전략이다.
이는 2020년 미국 NBC '지미 팰런쇼'를 통해 전 세계에 타전된 경복궁 근정전 및 경회루 무대부터 올해 초 광화문에서 펼쳐진 대규모 컴백쇼로 이어지는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 감성의 연장선에 있다. 당초 시각적인 랜드마크 각인에 집중했던 문화유산 활용법이, 이제는 6번 트랙 'No.29'에 담긴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신라 유물과 연결하는 등 음악적 서사와 역사적 인프라를 결합한 오감 만족형 스토리텔링으로 진화하며 IP의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발적 소비 낳은 낙수효과…팬덤 밖 대중성 확보
이 같은 성과를 지탱하는 뿌리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 아티스트 본연의 진정성 있는 문화유산 보존 노력이다. 2021년과 2022년 리더 RM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총 2억 원을 기부해 미국 LACMA 소장 조선 왕실 '활옷'을 복원하고 한국 회화 자산 도록 발간을 전액 지원한 행보는, 대중이 이들의 문화적 행보를 단순한 '홍보'가 아닌 '가치 실현'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진심을 담은 이 같은 행보는 콘텐츠 내적인 융합으로 승화되며 시장 파괴력을 입증했다. 2020년 슈가(Agust D)가 '대취타'의 국악 샘플링과 뮤직비디오로 글로벌 팬덤의 자발적인 한복 소비 열풍을 이끌어낸 것을 시작으로, 최근 정규 5집 수록곡 'Body to body'의 '아리랑' 샘플링에 이르기까지 유형의 유물을 넘어 무형의 문화유산으로 IP 영역을 확장했다.
라스베이거스와 도쿄 투어 현장에서 터져 나온 팬덤의 '아리랑' 떼창은, 이들의 치밀한 융합 시도가 이질적인 대중의 능동적 문화 소비를 이끌며 K팝 IP의 가치를 비약적으로 연장시키고 있음을 증명한다.
콘텐츠를 통해 확인된 잠재력은 곧 기업 단위의 공공 인프라 융합이라는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로 직결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하이브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맺은 3자 양해각서(MOU)는 이 같은 시너지가 확장된 상징적 결과물이다.
방탄소년단의 '달마중' 기획 등으로 입증된 K팝 전통 굿즈의 파급력이 박물관 고유 브랜드 '뮷즈(MU:DS)'의 세계적 화제성을 견인하는 트리거로 작용하며, 민간 엔터사의 IP 유통망이 공공 문화 자산과 결합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 K팝 IP의 진화, 엔터 자본과 공공 인프라의 융합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이 행하는 일련의 문화유산 포인트의 행보는 단순한 국위선양의 미담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IP의 생명력을 앨범 발매 주기에 가두지 않고, 국가적 문화 자본과 융합시켜 글로벌 일상재로 자리 잡게 하려는 치밀한 산업적 청사진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이러한 대규모 문화 융합 프로젝트는 거대 기획사의 막대한 자본력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하지만 K팝 산업 전반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차트의 단기적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치나 영역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대중의 역사와 일상 속에 얼마나 견고한 뿌리를 내리느냐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K팝의 외연 확장은 단순히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의 IP가 대중에게 어떤 무형의 가치와 신뢰를 주느냐의 싸움"이라며 "방탄소년단이 개척한 문화유산 융합 모델은 팬덤의 일시적인 지갑 열기를 넘어 산업 전체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영리한 돌파구"라고 짚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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