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로 산업 대전환, 최태원 2100조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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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로 산업 대전환, 최태원 2100조 승부수

한스경제 2026-07-08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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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인프라' 비전을 형상화한 이미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네트워크를 연결해 대한민국을 AI 생산·수출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담았다./ChatGPT 생성 이미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인프라' 비전을 형상화한 이미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네트워크를 연결해 대한민국을 AI 생산·수출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담았다./ChatGPT 생성 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대한민국은 AI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가 돼야 합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이 한마디는 단순한 투자 계획 발표가 아니었다. AI 시대 대한민국 산업의 방향을 제시한 선언에 가까웠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AI Factory)'라고 정의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공간이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내는 생산기지라는 설명이다. 철강 시대에는 제철소가 국가 경쟁력을 만들었고 자동차 시대에는 완성차 공장이 산업을 이끌었다면 AI 시대에는 AI 팩토리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 같은 비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AI를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첨단 제조 생태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이 제시한 AI 인프라 전략은 이러한 국가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산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SK그룹이 반도체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무모한 인수'에서 AI 시대 주역으로

최태원 회장의 AI 전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출발점은 2012년 SK의 하이닉스 인수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침체 국면이었고 하이닉스 역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왜 적자 기업을 인수하느냐", "SK에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반도체를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이어가며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HBM은 AI 서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글로벌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HBM의 중요성도 급격히 커졌고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을 선점하며 AI 반도체 시대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2012년 하이닉스 인수는 결과적으로 SK그룹의 미래를 바꾼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시에는 위험한 승부로 보였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AI 시대를 이끄는 핵심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시선은 HBM에만 머물지 않았다. AI 시대의 승부는 반도체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HBM은 출발점…진짜 승부는 'AI 인프라'

AI 산업은 메모리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만개의 GPU와 HBM이 집적된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또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력 공급, 초고속 네트워크, 냉각 기술, 클라우드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최 회장이 최근 가장 많이 언급하는 'AI 팩토리'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개념이다.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히 서버를 모아 놓은 시설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AI 산업으로 확장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반도체와 같은 수준의 국가 전략 인프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반도체 확보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 경쟁의 핵심이 반도체를 넘어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울산에서 시작된 AI 허브…구상이 현실로

최 회장의 AI 전략은 더 이상 구상에 머물지 않고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다. SK그룹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해 울산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시설이 아니라 AI 모델 학습과 추론 서비스를 수행하는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울산 프로젝트를 SK가 구상하는 AI 인프라 전략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전력, 냉각설비, 건설 등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파급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이 AI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조업 시대 공장이 제품을 만들었다면 AI 시대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로운 지능을 생산하는 공간이 된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지능을 빠르게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 반도체에서 전력까지…AI 생태계 연결

AI 산업은 반도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 서버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초고속 네트워크와 안정적인 통신망, 냉각 기술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최 회장은 이처럼 개별 산업이 아닌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경쟁력을 담당하고 SK텔레콤은 AI 서비스와 네트워크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의 에너지 역량 역시 AI 데이터센터 운영과 맞물려 있다. 결국 SK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개별 계열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는 AI 경쟁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AI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네트워크를 포함한 종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국가 전략과 최태원의 청사진...대한민국 AI 산업의 다음 10년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투자 규모만이 아니다. 정부는 AI를 미래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기반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 기술과 투자를 담당하고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를 지원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AI 산업 육성과 규제 혁신, 전력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온 점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장기 전략과 국가 산업정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의 미래를 바꿨다. 10여 년 뒤 HBM은 AI 시대 SK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최 회장이 던진 새로운 화두는 AI 인프라다.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전력, 네트워크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해 대한민국 AI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막대한 투자 재원 조달, 전력 확보, 인허가 절차, 글로벌 고객 유치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AI 인프라 구축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아니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최 회장이 던진 화두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철강과 조선, 자동차가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AI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네트워크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비전이 모두 현실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그 경쟁의 중심에서 최태원 회장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의 총수를 넘어 대한민국 AI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AI를 소비하는 나라를 넘어 AI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 최 회장이 던진 이 화두는 앞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10년을 가늠할 중요한 질문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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