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전기차(EV)를 이동수단을 넘어 전력망의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V2G(Vehicle-to-Grid)'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현대차그룹이 일반 고객 가정에서 전기차와 전력망 간 양방향 충·방전에 성공하면서 국내 V2G 실증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V2G 시범 서비스에 참여하는 일반 고객 가정의 충·방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전기차와 전력망 간 양방향 전력 거래를 구현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시설이나 제한된 실증 단지가 아닌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실제 생활환경에서 상용화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으로 공급해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등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력망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전력공사는 10kW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 대가 동시에 1시간 방전하면 약 1GW 규모 발전소 또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맞먹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약 80만 명이 1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오는 2030년 42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경우 V2G를 활용한 유연 전력 자원 규모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전 분석에 따르면 1GW급 발전설비 42기에 해당하는 전력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양수발전으로 구축할 때보다 최대 78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구축 기간도 발전소나 ESS 대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9과 EV9을 보유한 일반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V2G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충전 패턴과 배터리 방전에 대한 수용도 등을 분석해 향후 V2G 상용 서비스 모델과 보상 체계를 설계할 계획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새만금 AI 수소시티 등 향후 V2G 기반 사업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V2G 확산을 위해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차가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전력 거래 방식과 보상 체계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제주 실증을 넘어 전국 단위 상용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와 시장 규칙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국내도 제주 실증을 넘어 전국 단위로 확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의 전력시장 참여 자격과 전력 거래·정산, 보상 체계 등을 조속히 정비해야 V2G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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