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극적으로 맞이했던 평화협상 국면이 불과 20일 만에 최악의 고비를 맞았다.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제재 면제 조치를 전격 철회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군사 기지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연이어 발생한 민간 상선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경제·군사적 '강대강'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란 역시 미국의 조치를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美, 경제적 유인책 '원유 면허' 취소…즉각 발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7일(현지시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먼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 6월 22일 발급했던 60일짜리 '일반면허 X'를 전격 철회했다. 이 면허는 이란이 시장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로, 지난달 17일 체결된 종전 MOU의 핵심 이행 조건이었다.
이번 철회 조치로 인해 7월 7일 이후 이란산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신규 구매와 선적은 전면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기존 거래를 정리하기 위한 '일반면허 X1'을 발급했으나, 이 역시 오는 17일까지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 " ceasefire 위반"…美 중부사령부, 이란 남부 대규모 공습
경제적 제재 복원과 동시에 미군의 군사적 타격도 이어졌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이 국제 수로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을 묻기 위해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공습은 터키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승인 하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현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타격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규모: 10일 전 호르무즈에서 발령된 이전 공습보다 4~5배 큰 규모와 위력으로 진행
타격 대상: 이란의 방공 시스템, 해안 감시 시스템, 지대공 미사일 및 대함 크루즈 미사일 기지, 드론 발사대, 항만 시설 등
피해 지역: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공습 직후 반다르아바스, 시리크 등 주요 항구 도시와 케슘섬 등 이란 남부 전역에서 여러 차례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 카타르·사우디 유조선 피격…중재국마저 돌아서나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6일과 7일 호르무즈 해협 및 오만 연안에서 발생한 상선 3척 피격 사건이다. 영국 해군의 해사무역기구(UKMTO)는 미확인 발사체로 인해 선박들이 엔진실 화재 등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공격받은 선박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웨디얀호'뿐만 아니라, 그간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및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해 온 카타르의 LNG 운반선 '알레카야트호'가 포함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카타르 외무부는 즉각 자국 주재 이란 부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으며, 사우디 외무부 역시 "국제 항행과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며 모든 책임이 이란에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 이란 "미승인 항로 이용한 선박 탓…국가 안보 수호할 것"
이란 정부는 민간 상선 공격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피격의 원인을 해당 선박들과 미국 측에 돌렸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란과 협의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거나 위치추적장치(AIS)를 조작하는 선박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라며, 중재국이었던 카타르의 항의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국의 제재 복원에 대해 "MOU의 명백한 위반이며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센 레자에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은 "미국이 오만 인근에 새로운 대체 항로를 구축해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평화협상을 실패로 이끌려 한다고 주장했다.
▲ 가시밭길 예고된 평화협정…외교적 불씨는 남아
이번 충돌로 당장 오는 11일로 예정되었던 미국과 이란의 후속 평화협상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양국은 지난달 MOU 체결 이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와 카타르 도하에서 간접 실무 회담을 이어가며 관계 회복을 모색 중이었다.
다만 미국 정부는 강력한 군사·경제적 보복을 가하면서도 외교적 대화의 문은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협상단은 최종 합의를 향해 계속 선의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란 측의 보복 조치 수위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 여부에 따라 중동 정세가 다시 한번 전면전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위기 대응을 위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수요일 터키에서 이스라엘로 이동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긴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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