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잠을 청한 사람이 승자인 경기였다. 아르헨티나의 역전극으로 터진 도파민을 제대로 잠재운 양 팀의 경기력이었다.
8일(한국시간) 오전 5시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을 치른 스위스가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 4PK3으로 승리했다. 스위스는 오는 12일 아르헨티나와 8강 맞대결한다.
콜롬비아와 스위스의 승부에 앞서 본 대회 최고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먼저 경기를 치른 아르헨티나가 이집트를 3-2로 꺾는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집트는 전반 15분 야세르 이브라힘의 선제 득점으로 앞서갔다. 6분 뒤 아르헨티나는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는데 페널티킥만 되면 작아지는 리오넬 메시가 실축하며 좌절했다. 이후 후반 22분 모스타파 지코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아르헨티나는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메시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가 다시 뭉쳤다. 후반 34분 메시의 크로스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후반 38분 이번에는 메시가 직접 박스 안에 떨어진 세컨볼을 강력한 왼발 슛으로 꽂아 넣으며 균형을 맞췄다. 후반 추가시간 2분에는 엔조 페르난데스의 헤더 역전골까지 터지며 아르헨티나는 극적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로 터진 도파민이 이어진 경기에서 짜게 식었다. 아르헨티나의 8강 상대를 결정하는 콜롬비아와 스위스의 경기가 본 대회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콜롬비아는 기동력 좋은 선수단을 앞세워 스위스를 에너지 레벨로 누르고자 했다. 초반에는 그라니트 자카를 중심으로한 스위스 중원 패스 연계에 고전했지만, 활동량과 경합으로 밀고 들어가는 기세로 점차 대응했다. 전반 21분 강한 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뒤 빠르게 전방으로 패스를 이었고 구스타보 푸에르타의 오른발 감아차기로 마무리됐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이 장면이 콜롬비아 공격의 전부였다.
이후 콜롬비아는 스위스 수비 조직을 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스위스 박스로 가까워질수록 힘이 떨어졌다. 마누엘 아칸지, 니코 엘베디 센터백이 콜롬비아 공격진 상대로 피지컬에서 압도하자, 콜롬비아 공격진은 박스 근처를 맴돌거나 될 대로 돼 라식 크로스만 남발했다.
반대로 스위스는 수비 안정감은 나쁘지 않았는데 공격이 형편없었다. 공수 연결고리인 요한 만잠비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애당초 만잠비가 너른 활동량으로 최전방과 3선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는데 그가 빠지니 다리가 끊긴 듯 원활한 전개를 펼치지 못했다. 자연스레 최전방 브렐 엠볼로가 고립됐고 롱킥을 제외하면 짜임새 있는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보다 더 지루한 후반전이 이어졌다. 양 팀 감독은 후반 중반부터 교체술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지만, 경기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결국 정규시간까지 스위스 기대 득점 0.30골, 콜롬비아 기대 득점 0.40골을 기록했다. 둘이 합쳐도 1골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90분 내내 헛심공방만 펼친 양 팀이다. 체력적으로 지친 연장전 몇 차례 득점 기회가 나왔지만, 이때는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터무니없는 마무리 슈팅이 연발됐다.
졸음 유발 경기력 끝에 승부차기로 결과가 결정됐다. 양 팀이 한 번씩 실축한 가운데 콜롬비아 4번째 키커인 쿠초 에르난데스가 골문 왼쪽 구석으로 강하게 찬 슈팅을 그레고리 코벨 골키퍼가 제대로 반응해 골대 근처에서 쳐냈다. 이후 스위스 5번 키커 루벤 바르가스가 성공하면서 경기 종료됐다. 재미 요소만 따졌을 때 결과만 확인해도 괜찮은 경기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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