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표류 대구 먹는물 해법 시험대…낙동강 복류수 실증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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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표류 대구 먹는물 해법 시험대…낙동강 복류수 실증 본격화

연합뉴스 2026-07-08 07:01: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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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언급에, 페놀사고 이후 지지부진 상수원 대책 급물살…내년 8월까지 검증

정부 "실증 결과 토대로 대구 물 문제 해법 최종 결정"

낙동강 고령강정보 낙동강 고령강정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30년 넘게 이어진 대구 먹는물 문제 해결의 시험대가 될 낙동강 복류수 실증실험이 본격 시작됐다.

정부와 대구시는 내년까지 진행될 실증 결과를 토대로 지역 상수원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대구 달성군 문산정수장에 낙동강 복류수 실증실험시설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번 실증이 지역 숙원인 먹는물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안동댐을 활용해 대구경북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정부 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구 먹는물 문제 해결 방법은 전환점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후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후부) 내부적으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쓰는 것이 현실적이고 낫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결론이 났으면 식수 문제로 만날 고생하는 대구 시민을 생각해 집행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있고 나서 복류수 활용과 관련한 정부 움직임은 빨라졌다.

추경호 대구시장도 취임 전인 지난달 16일 문산정수장에서 열린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시운전 현장을 당선인 신분으로 찾는 등 관심을 보였다.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준공식 참석한 추경호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준공식 참석한 추경호

[대구시장직 인수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대구 물 해법 찾는다…복류수 본격 검증

복류수(하상여과수)는 강바닥(하상) 아래 자갈층과 모래층을 따라 흐르는 물을 가리킨다.

기후부는 강바닥에 관을 묻어 이 물을 취수해 먹는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복류수 실증실험시설을 설치했다.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가동은 기후부가 대구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3단계 물 문제 해결 전략'의 핵심인 '취수방식 전환'의 공개적 검증을 위한 것이다.

기후부는 올해 초 국내 3대 물 분야 학회(대한환경공학회,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물환경학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낙동강 먹는물 문제 해결 전략토론회'에서 '물문제 해결 3단계 전략'으로 '2030년까지 낙동강 주요 취수원 수질 1등급 개선',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 '낮춤형 정수공정 도입'을 제시했다.

실증시설은 실제 복류수 취수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가로 6m, 폭 3m, 높이 7.5m 크기의 대형 실험수조를 만들고 모래, 자갈 등 물을 걸러내는 데 사용되는 여재(濾材)를 채우는 식으로 설치했다. 이달 10일 전후 본가동에 들어간다.

매일 낙동강 하천수 30t 이상을 여과시켜 총유기탄소(TOC), 총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수질환경기준 관련 항목부터 조류독소 관련 물질, 미량유해물질 등 주요 관심 항목까지 모두 60종의 항목을 점검해 수질 개선 효과와 안정적 수량 확보 가능성 등을 확인한다.

또 전문가·대구시·정부가 공동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그 결과를 매달 평가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기후부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대구시와 함께 정책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올해 연말까지 본가동을 해보고 취수원으로 활용할 정도로 수량과 수질 확보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실증실험이 끝나기 전이라도 타당성 검사와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구미 취수원 갈등…되풀이되는 물분쟁(CG) 대구-구미 취수원 갈등…되풀이되는 물분쟁(CG)

[연합뉴스 TV 제공]

◇ 페놀사고 이후 수질사고 반복…취수원 이전은 번번이 제동

대구에서 먹는물 문제가 터진 것은 1991년 경북 구미의 한 생산시설에서 유독물질인 페놀이 유출되면서이다.

그 이전에도 낙동강 상류에 있는 공장 등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사고는 있었지만, 페놀 유출 사태는 대구 취수원 이전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출발점이 됐다.

페놀 유출에 따른 식수 대란 이후에도 대구 상수원인 낙동강에서는 벤젠·톨루엔 검출(1994년), 기준을 초과한 1.4-다이옥산 검출(2004년, 2009년), 퍼클로레이트 검출(2006년) 등 잇달아 수질 관련 사고가 발생해 먹는물에 대한 지역민 불안은 커졌다.

잦은 수질사고로 취수원 이전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그때그때 바뀌는 정책으로 취수원 이전은 대구시 숙원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2022년 대구시와 구미시가 구미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기로 협정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민선 8기 들어 대구시와 구미시가 갈등을 빚으면서 협정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후 대구시는 한동안 안동댐에 취수원을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상주시와 의성군 등 안동댐 하류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어 계엄과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대구 상수원 이전 문제는 새 정부의 과제로 넘어왔다.

그 뒤에도 구미시가 대구 취수원으로 구미보 상류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주변 지자체의 반발 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먹는물 문제 해결에 대한 진척이 더뎌지면서 대구는 정부의 해결 의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수장 정수장

[연합뉴스 TV 캡처]

◇ 복류수 중심 대구 물 해법 추진…내년 정책 결정

지난해 1월 기후부는 업무보고를 하면서 안동댐 직하류에서 문산정수장까지 110㎞의 도수관을 설치해 물을 공급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졌다.

기후부는 '맑은물 하이웨이'와 '해평취수장 활용 방안'을 모두 검토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강변여과수(강바닥과 제방의 모래·자갈층을 통과하며 자연적으로 여과된 물)와 복류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초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이 대구시청에서 지역 기자들과 만나 "대구의 상수원을 이전하는 대신 복류수와 강변여과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상수원 확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상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내년 8월까지인 용역 기간 복류수 실증시험시설 가동 결과를 분석하고, 그동안 물문제 해결을 위해 검토했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방안, 안동댐 활용 방안 등과 기술·경제성 검토도 한다.

용역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합리적인 취수지점 선정과 취수 가능 수량 검토, 용수 수요 분석, 관로 노선 선정 등 대구 먹는물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기후부와 대구시 관계자는 "안전한 먹는물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와 대구시의 당연한 책무다.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가동을 통해 과학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 시민들이 하루빨리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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