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호박꽃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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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호박꽃 필 때

경기일보 2026-07-07 19:14: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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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호박꽃 필 때

장마가 시작됐다. 이런 날 아버지는 청양고추가 들어간 호박전을 주문하셨다. 매콤한 호박전은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막걸리라도 한잔 얹으면 무엇보다 만족한 아버지의 상이었다.

 

호박꽃을 보면 소박했던 옛 가족이 떠오른다. 집 뒤란엔 토담이 있고 옆으로 돌담이 이어졌다. 여름이면 호박넝쿨로 뒤덮였고 그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엔 고추잠자리가 허공을 방랑했다. 호박꽃은 시집간 누이처럼 아련하고 분하나 바르지 않은 시골 처녀의 모습 같다. 순수란 무엇일까.

 

우리는 슬퍼서 울고 기뻐서 울고 감동해서 운다. 호박꽃을 보면 순수해서, 너무나도 그리워서 울 것만 같다. 마루 위 액자 속에 갇혀 늙지 않는 흑백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이 바래고 있기 때문이다. 퇴원 후 다시 작업실 문을 열었다. 팔달산이 살짝 보이는 뒷문을 여니 나의 옛집 뒤란이 생각났다. 좋지 않은 소식도 들려온다. 딸처럼 아끼는 지인의 남편이 주식으로 1억원을 잃어 부부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고 한다. 그저 노후자금도 아닌 푼돈을 은행에 맡겨 두고 살아온 지인은 주식에 꼬여 통장을 몽땅 털어넣었는데 날마다 스트레스에 조여 산다고 한다.

 

욕심은 키우는 만큼 상실감이 따른다. 더구나 지구도 움직일 수 있다는 레버리지(지렛대)는 자칫 견고한 삶을 벼랑으로 밀어낼 수 있다. 땀과 노력이 건강한 삶을 담보한다는 보수적 가치는 시대상의 불협일까. 뒤처진 평안은 어때? 호박꽃처럼 바라만 봐도 넉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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