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김현아 기자]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일정이 또다시 연기되면서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의 대주주 적격성 규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행 개정안은 임직원의 위법행위로 법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처벌받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대주주 결격사유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업계는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등 기존 금융관계법에는 있는 예외 규정이 빠져 있어 ICT·핀테크 기업에 과도한 규제 부담을 지우고 디지털자산 산업의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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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플랫폼 기업의 사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처럼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광고, 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공정거래법 등 여러 규제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행 개정안은 위반 행위가 가상자산 사업이나 자금세탁방지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대주주 결격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규제가 최대 5년간 대주주 자격을 제한해 인수·합병(M&A)과 신규 사업 진출,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 이번 네이버-두나무 사례처럼 산업 전반의 규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금법 시행령은 오는 24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주주 적격성 기준을 포함한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법은 예외 인정…특금법만 ‘일률 규제’
업계는 이번 합병 연기가 단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과 규제당국의 강한 사전 규제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자산의 법적 지위와 산업 육성 방안은 미뤄둔 채 규제부터 강화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 코인베이스 등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을 포함한 140여 개 기업이 참여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USD)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는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사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혜진 서강대 ICT·SW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지연되는 데다 대주주 적격성 기준의 법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투자와 시장 진출이 위축되고 있다”며 “미국은 오픈USD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준비하는데 국내에서는 대형 ICT 기업 간 합병마저 규제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제도 정비가 늦어질수록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물론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혁신의 주도권을 해외에 내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통화주권 측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는 특금법 시행령이 기존 금융 관련 법률과 비교해 규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자본시장법, 은행법, 상호저축은행법 등은 대주주 결격사유를 규정하면서도 양벌규정 적용이나 경미한 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디지털자산사업자에 대해서는 이 같은 예외 규정을 두지 않아 오히려 기존 금융권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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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도 5년 족쇄”…혁신 위축 우려
전문가들은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양벌규정과 경미한 위반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현행안대로라면 임직원의 위법행위로 법인이 함께 처벌받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대주주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특금법상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사업자 신고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기업이라도 해당 행위가 가상자산 사업이나 자금세탁방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일률적으로 5년간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위반 행위의 성격과 중대성에 비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 등 준수해야 할 의무가 많아 내부통제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실수도 법인의 연대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규제는 기업의 시장 진출과 M&A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보다 유연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 독일은 은행법(KWG)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단순한 전과 여부가 아니라 위반 행위의 성격과 비례성, 실제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금융권과 동일한 수준의 예외 규정을 마련해 건전성과 혁신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겸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특금법 시행령도 무조건적인 진입 장벽을 세우기보다 양벌규정 적용이나 경미한 법 위반 등에 대한 예외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ICT·플랫폼 기업에 과도하고 불균형한 규제 부담을 지워 디지털자산 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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