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정채원 인턴기자】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선관위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위기의 선거관리위원회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선관위 전면 개혁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시민주도헌법대정전국네트워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국회시민정치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참여연대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정치와 법률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선관위의 개혁 방안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한 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본격적인 발제와 토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시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 류종열 공동대표 등이 참석해 인말을 전하고 토론회 개최를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유성진 소장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준우 사무총장이 선관위 개혁을 위한 쟁점과 관련한 발제를 맡았다.
선관위 자체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유 소장은 이번 사태가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선관위 개혁은 물론 선거를 둘러싼 제도와 정치, 법, 제도와 같은 전반적인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 참정권 보장과 확대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책임성을 높이고 현장 중심의 업무 수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는 △선관위는 위원회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되 광역, 기초선관위는 독임제로 전환할 것 △책임성 강화를 위해 위원장 상근제를 도입하고 상임위원을 3인으로 확대하며 전결사항은 축소하고 의결사항은 확대할 것 △선관위 조직 내 감시, 감독 기능을 강화할 것 △지방공무원 중심의 투개표 방식을 중장기적으로 시민과 유권자 중심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시했다.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유 소장은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선관위 직원의 개인적 일탈보다 참정권 훼손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며 “이 같은 논의를 위해서는 두 거대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 사무총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생각보다 재발 방지가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전투표에 사용되는 투표용지발급기를 본투표에도 도입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번 사안을 특검으로 다루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 특정 범죄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이번 사안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특검 요구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표 결과 입력 오류 등 부실한 개표 관리 문제는 현장의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선거는 투표용지 종류가 많고 밤샘 개표가 장시간 심야 노동으로 이어져 개표 종사자의 실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개표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투표 시간 연장 △익일 개표 원칙 도입 △단체장 선거 개표와 의회 선거 개표 분리 △단체장 선거와 의회 선거의 분리 실시 등을 제안했다.
이어 선관위의 위상과 구조를 둘러싼 해체론과 분권화, 감사 권한 등 주요 쟁점을 짚으며 위원장 상근제와 상임위원 확대 등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을 검토하고 조직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함께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선거 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규제기관으로 자리매김한 부분에 대한 제도적 성찰이 필요하다"며 헌법기관 출범 당시의 명칭인 ‘선거위원회’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시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하승수 변호사는 “당장 내후년에 진행될 총선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안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당장 실현이 어려운 헌법 개정을 기다리기보다 법률 개정 수준의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입법 청원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하 변호사는 부실한 선거 관리와 자의적인 선거법 해석, 방만한 조직 운영 등의 문제는 모두 선관위가 견제와 통제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립적인 감찰기구 설치와 구·시·군 및 읍·면·동 선관위 폐지, 투표 준비와 관리 실무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등을 제안했다. 또한 특혜성 수당과 불필요한 산하기관 등을 법률 개정을 통해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위탁 선거 등 부수적인 업무보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본연의 선거 관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더가능연구소 서복경 대표 역시 앞선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며 이번 사태를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선관위 개혁을 선거 관리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대표는 선관위 개혁의 핵심은 조직 개편 자체가 아니라 신뢰 회복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보 공개 확대와 시민 참여 제도화, 법률을 통한 제도 개선을 3대 원칙으로 제시했으며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구·시·군 및 읍·면·동 선관위를 폐지하는 대신 상시 교육을 받은 시민이 투표 관리에 참여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선관위 인력이 현장 선거 관리보다 홍보와 지도, 단속 업무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조직과 업무를 본연의 선거 관리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경상국립대학교 법과대학 홍종현 부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판 여론에 따라 선관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며 선관위를 헌법기관에서 제외하거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홍 교수는 독립성과 책임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통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등 기존의 헌법적 통제 장치를 더욱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행 헌법 체계를 유지한 채 법률과 운영 방식 개선을 통해 선관위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