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생산된 5500파운드 터보팬 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무인항공기 엔진의 국산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장수명 무인기 엔진 시제를 처음 공개하며 항공엔진 기술 자립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동안 기체와 비행제어, 임무장비 분야에서 이뤄낸 국산화를 넘어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까지 자체 기술로 확보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일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을 열고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를 공개했다. 공개된 엔진은 각각 KF-21과 연계 운용될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중고도무인기(MUAV)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두 엔진은 조립을 마친 뒤 지상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본격적인 성능 검증과 개발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특히 수천 시간 이상 운용이 가능한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를 국내 기술로 완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미사일 등에 사용되는 단수명 엔진 개발과 양산에는 성공했지만, 장기간 운용되는 항공엔진은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행사에는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장, 정기영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 김성중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 등 민·관·군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해 국내 항공엔진 기술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이 탑재될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KF-21 전투기와 함께 정찰, 전자전,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무인항공체계로 개발되고 있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할 중고도무인기는 장시간 체공 능력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핵심 전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항공엔진 기술 확보는 단순한 국산화를 넘어 국가 안보와 방산 수출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항공엔진은 항공기 성능과 작전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미국의 ITAR(국제무기거래규정),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EAR(수출관리규정) 등 각종 국제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해외 엔진을 사용할 경우 성능 개량이나 수출 과정에서 원 제작국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독자 엔진 확보는 방산 수출 확대의 필수 조건으로 꼽혀왔다.
특히 향후 국산 전투기와 무인기에 자체 개발 엔진을 탑재하게 되면 해외 기술 규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기와 엔진, 항전장비, 무장을 하나의 국내 기술 체계로 구축할 경우 가격과 성능, 유지보수 체계를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엔진 정비와 성능 개량, 부품 공급 등 MRO(유지·보수·정비) 시장까지 아우르는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도 가능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개발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주기 개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회사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를 시작으로 47년 동안 전투기와 훈련기, 헬기 등에 탑재되는 항공엔진 1만여 대를 생산하며 설계와 해석, 소재, 제조, 시험, 인증 기술을 축적해왔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을 완료했거나 참여 중인 국산 항공엔진은 이번 무인기 엔진을 포함해 모두 12종이다. 회사는 앞으로 스텔스 무인기용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KF-21 후속 차세대 전투기에 적용될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김진형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초도 시제 완성과 지상시험 착수는 대한민국 항공엔진 기술 확보를 위한 진정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항공엔진이 대한민국 하늘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도 "축적된 기술력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대한민국 항공엔진 자립 시대를 앞당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산 장수명 무인기 엔진의 첫 공개는 단순한 시제 개발을 넘어 국내 항공산업이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방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공기의 마지막 미개척 분야였던 엔진 국산화가 현실화되면서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경쟁력도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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