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을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허위 조작 정보 피해 구제와 플랫폼 책임 강화가 핵심이지만, 신고·소송 절차가 남용될 경우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 조작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플랫폼의 신고·조치 체계를 강화하고, 피해 발생 시 게재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법에 따르면 허위 조작 정보가 되려면 내용이 허위거나 조작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신고는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조치 여부는 플랫폼이 자체 운영 정책에 따라 1차적으로 판단하고, 최종 손해배상 책임 등은 법원 판단을 거쳐 가려진다.
허위 조작 정보 유통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특히 언론사나 유튜버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 게재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피해를 발생시키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가중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법원에서 허위 조작 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한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비판, 일부 오류가 포함된 게시물까지 허위 조작 정보로 분류되는 구조는 아니며, 정부가 허위 여부를 직접 판단하거나 게시물 삭제를 명령하는 방식도 아니라는 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측 설명이다.
국내 플랫폼들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지난달 제정한 허위 조작 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신고·조치 기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KISO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이 참여하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다.
KISO 가이드라인은 합리적 비판이나 의견 표명, 창작 활동 등이 부당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메신저나 메일, 쪽지 등 이용자 간 메시지 전달 기능을 갖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적용 범위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취지와 별개로 신고·소송 절차가 권력 감시 보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는 남는다.
언론계에서는 권력을 가진 기관이나 공직자가 비판 보도를 허위 조작 정보로 문제 삼아 신고·소송 절차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승소 목적보다 보도 압박이나 후속 취재 차단을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될 경우, 개정법이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법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집행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의 자유로운 비판과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언론사가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법적 분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위축 효과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공직자 등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 처리의 정당성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며, 언론 보도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가 아니라면 감시·비판 기능을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왔다.
물론 법적 방어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1에 따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의 가중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제기할 수 없다. 피고는 원고의 청구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할 수 있다.
중간판결은 본안 판단에 앞서 해당 소송이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지는 절차다. 법원은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판단해야 하며, 선고 전까지 본안 소송 절차는 중지된다. 소송이 남용으로 판단돼 각하될 경우, 법원은 원고가 공인 등에 해당하면 피고가 입은 소송 절차 대응 손해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의무가 아니라 법원 재량에 맡겨져 있어, 남용이 인정되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손해를 반드시 배상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따라서 보도 압박 자체를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현행 장치만으로 전략적 봉쇄 소송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한편 이와 비슷한 논란은 지난 2021년에도 있었다. 당시 여당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징벌적손해배상 외에도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정정보도 표시 강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정치적 비판 보도나 탐사 보도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입법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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