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이재명정부)와 직전 정부(윤석열정부)의 '취임 1년 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정부 모두 부정적 인식이 과반이 넘었지만 이유와 전망은 전혀 달랐다. 특히 집값과 직결된 전망의 경우 상승과 하락으로 명확하게 구분됐다. 부동산 정책의 여러 가지 목적 중 '주거안정'만 놓고 봤을 때는 두 정부의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두 정부가 정반대의 정책 기조를 지녔다는 점에서 집값 폭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재명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는…"못 한다" 46.8% "잘 한다" 26%
한국갤럽이 현 정부 출범 약 1년 2개월 가량 지난 시점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접촉률 46.8%, 응답률 10.2%)에 따르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6%,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6% 등이었다. 20대와 30대, 70대 이상에서 부정 응답률이 유독 높았다. 20대 51%, 30대 56%, 70대 51% 등이었다. 해당 연령대의 긍정 응답률은 20대 17%, 30대 15%, 70대 21% 등에 불과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로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지 못함'이 2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출 한도 제한'(10%), '과도한 규제'(8%) 등의 순이었다. 반면 긍정 평가 이유로는 '집값 안정화 노력'이 14%로 가장 높았고 '다주택자 규제'(13%), '보유세 강화'·'신뢰·기대감'(6%)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향후 1년 집값 전망'에 관한 질문에는 과반이 넘는(55%) 응답자가 '집값 상승'을 예측했다. 반면 집값 하락을 예측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집값 상승을 예측하는 응답자 중에선 20대(68%)와 30대(69%)가 유독 많았다.
과반 이상의 국민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이 규제 중심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시행된 굵직한 정책으로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목적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하향(80%➞70%) 및 6개월 내 전입 의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외국인 토지거래허하구역 지정 및 거래 신고 의무 강화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주택담보대출비율 조정 (유주택자 0%, 무주택자 40%) ▲수도권 대상 주택공급 대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반도체 호황 지역 추가 규제 등이 있다.
직전 정부 초기 부동산 평가도 부정 일색, 그러나 이유·전망은 현 정부와 딴판
직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땐 현 정부와 비슷한 평가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딴판이었다. 한국갤럽이 직정 정부 출범 1년 2개월 가량 지난 시점인 2023년 4월 11부터 13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8.2%)에 따르면 당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 답한 응답자는 48%, '잘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5% 등이었다. 긍정과 부정 평가만 놓고 봤을 땐 현 정부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이유와 전망 관련 응답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당시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로 ▲여전히 비싼 집값, 더 내려야 한다(9%) ▲실효성·효과 없음(8%) ▲집값 하락·폭락(7%) ▲고금리와 부자 위주 정책(6%) ▲규제완화·시장불안정·노력미흡(5%) ▲서민 위한 정책 부족(4%) 등이 언급됐다. 반면 긍정 평가 이유로는 ▲집값 안정화(22%) ▲규제완화(11%) ▲세금인하(7%) ▲전 정부 보다 낫다(5%) ▲시장원칙에 따름(4%) 등이 꼽혔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 주된 원인은 집값 폭등과 고강도 규제인 반면 직전 정부의 경우 집값 하락과 규제 완화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다. 또 향후 1년 이내 집값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1%가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3년 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완전히 뒤집힌 것으로 부동산 정책의 여러 가지 목적 중 '주거안정'만 놓고 봤을 때는 두 정부의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직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 정부와 몇몇 유사한 내용이 있긴 했지만 기조나 방향 자체는 180도 달랐다. 현 정부가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면 직전 정부는 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뒀다. 쉽게 말해 최대한 시장에 맡길 테니 능력껏 사고팔아 보라는 식이었다. 직전 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주요 정책으로는 ▲세부담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배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80% 상향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요건 완화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및 용산구 외 나머지 지역 규제지역 해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허용 및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단축 등이 있다.
"정반대 정책에도 부정 평가는 유사, 정치 성향 반영 영향…목적에 맞춰 정책 설계 필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정책 기조를 지닌 두 정부 정책의 국민 평가 결과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결국 부동산 정책 평가에 있어서도 정치적 성향이 크게 반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단순히 긍정과 부정의 비율만을 놓고 어떤 정책이 낫다고 단정하고 끝까지 같은 정책 방향을 고수하기 보단 그 때 그 때 정책 목표나 목적에 맞춰서 세부 내용을 설계하는 게 합리적인 국정 운영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집값 하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직전 정부가 시행했던 규제 완화 대책을,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할 땐 현 정부가 시행한 고강도의 대출 규제를 각각 시행하는 식이다.
장희순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정부가 정반대의 정책 방향을 취했음에도 국민적 평가가 유사하게 부정적이라는 것은 부동산 정책이 단순한 산술적 평가를 넘어 정치적 지향점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며 "부동산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냐 완화냐는 수단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현시점의 정책 목표가 시장 안정인지, 주거 사다리 복원인지, 아니면 서민 주거 복지인지 그 명확한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규제의 강도는 높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어떤 시장'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보인다"며 "규제는 시장의 열기를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시장을 발전시키지는 못한다"며 "부동산 정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공급-수요의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 교수는 "직전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규제 완화를, 현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와 투기 억제를 위해 규제 강화를 택했지만 국민은 두 정부 모두에서 동일한 주거 불안을 겪고 있다"며 "규제와 완화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며 "정치적 기조에 따라 매번 정책의 틀을 갈아엎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택 공급과 금융 규제가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최적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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