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허위·조작 정보를 온라인에 고의적으로 퍼뜨릴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가짜뉴스를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무엇이 허위·조작 정보인지 기준이 모호한 것은 물론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임을 인지하고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수익형 게시자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 데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된 내용을 두 차례 이상 반복 게시하고 최근 3개월 동안 3건 이상의 게시물을 통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허위·조작정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실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새로 도입됐다.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선 배경에는 생성형 AI(인공지능) 확산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AI 기술 발전으로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음성, 합성 이미지 등 조작 콘텐츠 제작이 쉬워지면서 온라인 허위정보의 생산과 확산 속도가 빨라졌고 이에 따른 사회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허위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통해 광고·후원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증가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도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국제적 흐름에 맞춰 수익형 허위정보 유통을 억제하고 플랫폼의 대응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다만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자칫 자신의 게시물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마감된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의 ‘정보통신망법 철회 촉구에 관한 청원’에는 14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단정적인 표현 대신 완곡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확산되며 이른바 ‘7월 7일 극복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또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개정안을 보면 허위·조작 정보를 ‘의도를 갖고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라고 명시했으나 여기서 ‘공공의 이익 침해’ 등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지난해 12월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물에 대해 무차별적인 고소, 고발과 소송이 이어지면서 언론사들은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 외면하거나 침묵을 강요당할 것”이라며 “이 같이 민주주의 토대가 되는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침해는 공론장의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자협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언론보도에 대해 공익적 비판과 감시를 보호하는 특칙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언론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법적 분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위축효과는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입틀막법’이라고 지칭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전면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입틀막법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무엇이 사실인지, 아닌지’, ‘무엇이 혐오인지, 아닌지’를 직접 정하고 처벌한다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일부 정치인이 아이돌의 사투리 한 마디에 ‘일베’ 낙인을 찍고 있다. 입틀막법은 이런 마녀사냥식 폭력을 일상으로 만들고 공포와 침묵의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제재 대상은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이를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고 해당 정보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되는 등 법률상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톡과 같은 폐쇄형 개인 간 대화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 비판, 개인의 의견 표명 역시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또 정부가 허위·조작정보의 진위를 직접 판단하거나 삭제를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에는 허위·조작정보의 범위와 적용 기준을 둘러싼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적 공방보다 본래 취지 살려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유현재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이버렉카, 보이스피싱 범죄, 허위정보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컸던 만큼 입법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기존에는 허위정보를 반복 유포해도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과 플랫폼 관리 책임을 강화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할 것인지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법원이 최종 판단한다고 하지만 어떤 절차와 법리를 적용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한데, 이는 시행 전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부 기준을 더 정교하게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허위조작정보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법으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다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법 적용이 자의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법안을 정치적 프레임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제도의 본래 목적을 살리면서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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