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유럽·나토 동맹...넘기 힘든 '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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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유럽·나토 동맹...넘기 힘든 '산'인가

한스경제 2026-07-07 1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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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노르웨이 정부·기업이 공동 개발한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Type 212CD’ 잠수함./Naval Technology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기업이 공동 개발한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Type 212CD’ 잠수함./Naval Technology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대한민국 방산 수출 프로젝트 중 단일 사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한화오션은 우수한 성능의 잠수함을 제안했지만 캐나다 정부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받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범유럽 산업 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유럽연합(EU)의 무기 공동 조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 등 3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려 한국으로선 예견된 탈락이란 분석이 나온다.

TKMS가 캐나다에 제안한 잠수함 모델 ‘Type 212CD’는 독일·노르웨이 정부가 공동 추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12CD의 건조를 담당하는 독일의 TKMS는 이 공동 개발사업의 참여 기업이다. 여기에 노르웨이 조선해양·방산기업 콩스버그(Kongsberg)의 Defence & Aerospace도 공동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콩스버그는 212CD 잠수함의 전투체계와 미사일, 전자장비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한다.

▲ TKMS·콩스버그 합작사 설립....전투체계 개발

독일과 노르웨이의 산업 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KMS와 콩스버그는 ‘kta naval systems’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해 212CD 잠수함 전투체계(CMS)와 통합 시스템의 개발 및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TKMS는 독일·노르웨이 정부와 함께 북극해 및 북대서양에서 총 24척의 잠수함을 공동 운용하면서 군수·정비 체계를 공유해 MRO 비용을 절감하자는 제안까지 캐나다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캐나다가 TKMS를 선택한 것은 이처럼 견고한 ‘범유럽 산업 네트워크’와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이란 정치적 배경에서 한국이 밀렸기 때문이란 지적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캐나다 입장에선 나토 회원국인 독일·노르웨이 정부가 공동 보증하는 212CD 잠수함의 전 주기 벨류체인 구축과 도입 이후 공동 운용·군수지원 체계가 한국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현실을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범유럽 산업 네트워크와 나토라는 서방의 군사 동맹에서 최근 K-방산이 밀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1월 8조원 규모의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스웨덴 사브(Saab)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것도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다.

▲ EU 세이프...CPSP·루마니아 장갑차 패배 안겨

EU가 작년 5월 도입한 세이프도 캐나다가 한국 대신 독일을 선택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총 1500억유로(약 260조원) 규모인 세이프는 EU 회원국이 유럽산 무기를 구매할 때 저리 대출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CPSP 수주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캐나다는 비(非)EU 회원국 최초로 세이프 참여를 결정했다. 당시 캐나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과의 안보 결속 강화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캐나다가 세이프를 통한 저리 대출을 받아 이번에 유럽산 무기 구매를 결정하면서 가격 조건에서 불리했던 TKMS가 최대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조원 규모의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수주전에 참전했다가 독일 라인메탈에 밀렸다. 라인메탈은 장갑차 ‘링스’ 232대를 25억9000만유로(약 4조5000억원)에 공급하면서 현지 생산 비율을 40%로 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장갑차 298대를 앞세워 1대당 가격을 950만유로로 라인메탈보다 14% 저렴하게 책정했고 현지 생산율도 80%를 약속하는 파격 제안으로 맞불을 놨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 수주와 관련해 루마니아와 독일 정치권 사이에 이미 긴밀한 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루마니아가 세이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면서 승부는 라인메탈 쪽으로 이미 기울었다”고 술회했다.

▲ 유럽 방산 생산시설 재가동 전 현지화 적극 추진

방산 전문가들은 K-방산이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공동 연구·개발(R&D) 및 생산, 기술 이전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유럽의 방산 무역 장벽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반면 현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공존한다. 유럽에 이미 수출된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재래식 무기의 가격 경쟁력·빠른 납기 만으론 세이프 같은 정치적·제도적 장벽을 넘기 어려운 만큼 유럽이 아직 확실한 우위를 갖추지 못한 첨단 영역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CPSP 수주전에서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은 성능 측면에서 변별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등했다”며 “이번 입찰에서 잠수함 성능 평가는 20%였고 나머지는 캐나다의 산업·경제적 기여에 배점이 몰려 있었다. 수주전 막바지에 캐나다가 나토와의 정치적 결속을 택하면서 한국으로선 굉장히 아쉬운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 “잠수함 수출 시장 다변화·그리스 등 EU 빈틈 노려야”

이어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동안 멈춰서 있다시피 한 방산 생산라인의 가동을 재개했지만 100% 풀가동하는 데 5~10년이 소요된다”며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루마니아에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공동 생산·기술 이전에 집중하는 것처럼 유럽 방산 생산라인이 완전히 재가동되기 전까지 나토 회원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집중함으로써유럽에서의 한국산 무기 수요를 발굴,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탈락을 계기로 잠수함과 같은 해양방산 분야의 수출 시장 다변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문 교수는 “신규 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중동 지역으로의 수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캐나다에서 보여 준 독일과 대등한 수준의 잠수함 성능을 앞세워 국내 해양방산 기업들이 EU 회원국인 그리스에도 집중 어필하는 등 잠재적인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리스는 주로 독일에서 잠수함을 수입했지만 2000년대 초반 독일이 4척의 납기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법적 소송전으로 비화된 사례가 있다”며 “CPSP 수주전 후반 한국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까지 항해, 현지에서 우수한 성능을 선보인 것은 당사국인 캐나다뿐 아니라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똑같이 본 이상 이번 수주 실패로 좌절하기 보다는 꾸준한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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