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이 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당초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이사회 운영 개선 등을 담은 제도 개편안을 3~4월중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간 엇박자와 규제 수위 미세조절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정책 동력 자체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발표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가들과 여러 방안을 추가 논의해 개선안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도 "청와대와 개편안 발표 날짜를 최종 조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국 안팎에서는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의 피로감이 상당한 데다가 발표가 지연될수록 실효성마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15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 직전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안 작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금융위·금감원이 올해 1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고, 3월 중순 발표 일정이 잡혔으나 몇 시간 후 돌연 일정을 취소해 금융당국 이견설 등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7월 2일 전 개선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역시 빗나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지주가 숏리스트 작업을 하는 7월 3일 전엔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직후 금융위가 "발표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며 당국 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초안 자체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됐지만, 세부 규제 수준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선안에는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 개선, 이사회 독립성 강화, 경영승계 절차 정비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지주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관치금융'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이 금융당국으로서는 부담이다.
개선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금융지주는 당장의 부담을 덜게 됐다. 지난 3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확정했다. 오는 11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예정된 KB금융 역시 새로운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사실상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안이 KB금융 회장 후보 숏리스트 확정 전에 발표되는 것과 이후에 발표되는 것은 정책 영향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발표 시기를 놓치면서 정책의 신뢰도와 실효성이 모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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