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초고가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와 가장매매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들을 조사해 731억원 규모의 탈루세액을 적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탈세 혐의자 10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80여명에게서 총 731억원 규모의 탈루 사실을 확인하고 세금 318억원을 추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장매매가 약 40건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40%가량을 차지했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를 통한 자금 조달과 가장매매를 이용한 양도소득세 회피, 법인 자금 유출을 통한 부동산 취득 등 다양한 탈세 수법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적발 사례는 가장매매를 통한 양도소득세 탈루였다. 2주택자인 A씨는 저가 아파트를 지인에게 명의만 형식적으로 넘긴 뒤 사례금을 지급하고, 양도차익이 큰 고가 아파트를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으로 신고했다가 양도세 10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B씨의 경우 단독주택을 팔기 전 아파트를 배우자의 친구에게 가장매매한 뒤 1세대 1주택자로 꾸며 비과세를 적용받았다. 매매대금도 우회 송금해 금융거래 증빙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양도세 6억원이 추징됐으며 검찰에 넘겨졌다.
다주택자 C씨는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다가구주택 건물만 동생 명의로 이전한 뒤 아파트를 비과세 신고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다가구주택의 월세를 계속 받는 등 실소유주로 확인돼 양도세 4억원이 추징됐고 2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초고가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법인 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렸다. 50대 D씨는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 등 다수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축산물 업체를 운영하는 배우자가 매출을 누락해 빼돌린 법인 자금 20여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해당 법인을 추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법인세와 증여세 등 31억원을 추징했다.
고가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소득을 숨기거나 증여세를 회피한 사례도 포착됐다. 30대 E씨는 강북의 40억원대 대형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미등록 여행업을 운영해 해외 여행사와 관광객에게 받은 현금 매출 60여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조사 범위를 확대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25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의 편법 증여도 찾아냈다. 외국 국적을 이용해 투기 목적으로 일명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소재 주택 2채를 공동명의로 매입한 F씨는 외국인 배우자로부터 매입 자금 전액을 증여받고도 신고하지 않아 증여세 4억원을 추징당했다.
무직인 40대 G씨는 강남 한강변 고가 아파트에 월세 700만원 이상을 내며 거주하면서 부모에게서 월세와 주식 투자금, 생활비 등 20여억원을 증여받고도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증여세 13억원을 거뒀다.
국세청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6명은 검찰에 고발하고, 4명은 벌금 상당액 총 7억원 납부를 통지하는 통고처분을 했다. 또한 명의신탁 등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확인된 20명에게는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앞으로도 부동산 취득부터 보유, 양도에 이르는 전 과정의 탈세 위험을 상시 점검하고, 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이후 증여가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다주택자 증여 거래를 집중 점검한다. 증여재산을 시세보다 낮게 신고하거나 증여세를 대신 내주는 방식의 편법 증여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부모가 보유한 아파트를 자녀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기거나 매매를 가장해 사실상 증여하는 등 가족 간 편법 거래도 중점 검증 대상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도 철저히 확인해 탈루세액을 추징하고, 신고 포상금도 신속하게 지급할 예정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탈세 차단은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주택시장의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으로 ‘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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