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의료화와 한정된 재원, 탈모 급여화가 묻는 질문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지나친 의료화와 한정된 재원, 탈모 급여화가 묻는 질문

프레시안 2026-07-07 14:19:50 신고

3줄요약

지난 6월 27일 게재된 "탈모는 '생존의 문제'…비만·여드름도 건보 적용할 수 있다" 칼럼에 대해 권혜영 목원대 교수가 반론 글을 보내왔다. 전문을 싣는다. (☞관련기사 보기)

탈모의 건강보험 급여화 논쟁이 뜨겁다. 청년층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 개입과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라는 쟁점이 지면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 뜨거운 논쟁에서 우리 사회가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내용이 있다.

첫째는 의료화(medicalization)에 대한 비판적 논의이다. 탈모는 질환인가? 의료사회학에서는 폐경과 같은 노화의 자연현상을 제약 자본과 의료계에 의해 의학적 문제로 재정의해 의료적 개입의 대상으로 만드는 의료화를 경계해 왔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비만은 수십 년간의 역학연구를 통해 고혈압, 당뇨 등과의 인과성을 규명한 뒤에야 비로소 질환으로 인정받았다(WHO, 1996).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탈모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으로 간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모 관련 영역에서 의료화가 급속히 확장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의료화된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빠 있다.

둘째는 탈모 급여화 논거의 핵심은 외모로 인한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불이익이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생존 문제로 다가오는 외모 개선을 위한 중재법은 왜 같은 무게로 다루지 않는가? 여성이야말로 오랫동안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사회적 압박을 받아왔다. 취업과 결혼 시장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외모는 더 가혹하다.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일상생활의 제약은 무시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셋째는 2025년 기준 10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 및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다. 월급으로 살림을 꾸리는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한정된 재정 운영은 우선순위에 따른 배분이 필수적이다.

경제학 이론과 방법론이 탄탄히 뒷받침되어 있는 이 질문은 새로이 부각된 이슈인 것 같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2014년에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급여우선순위 결정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인간 존엄성, 효율성, 형평성의 대원칙하에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정도를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탈모치료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가능하겠으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누군가의 치료 혜택은 누군가의 치료접근성 제약"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증세없는 복지가 달콤한 기만인 것처럼, 모든 고통에 급여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보험료 인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재원이 효율적으로 잘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비과학적이고 효과없는 서비스에 불필요하게 많은 재원이 지출되는 것은 반드시 재조정돼야 한다.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약 1235억원)이나, 임상적 가치가 불명확한 의약품에 너무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외국에서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콜린 알포세이트(뇌영양제), 포도씨추출물(하지부종개선), 은행잎 제제(혈액순환제)에 연간 1조 원 이상을 지출하는 현실이 먼저 바로잡혀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란 심각한 상태일수록 경제적 부담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보장하는 사회의 책임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중증질환 치료, 입원서비스, 아동 치료 등에 더 많은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질환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회연대적 합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무조건 보험료로 적자를 메우는 양출제입(量出制入) 방식에서 벗어나 거둬들인 보험료 내에서 지출을 효율화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 방식으로의 전환, 즉 건강보험의 기금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효율적 재정 배분과 함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미래세대를 약탈하지 않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권혜영 목원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