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특혜 논란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던 북미 맹주 미국과 유럽 강호 벨기에의 맞대결은 결국 벨기에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강력한 돌풍을 예고했던 개최국 미국이 안방에서 쓰라린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2026 월드컵의 공동 개최국들이 모두 16강에서 짐을 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벨기에 축구 대표팀 샤를 데 케텔라에르 / 벨기에 축구 대표팀 인스타그램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벨기에는 본선 무대에서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며 가볍게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반면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반전을 노리던 미국은 안방 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결은 경기 전부터 축구 외적인 이슈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 32강전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2-0으로 꺾고 올라온 미국은 당시 경기에서 퇴장 조치를 당했던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징계가 번복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제 축구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세네갈과 연장 혈투 끝에 3-2로 어렵게 16강에 합류한 벨기에 입장에서는 미국의 특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양 팀 선수단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깊은 감정의 골이 형성된 채 시작된 경기는 초반부터 벨기에의 압도적인 공세로 흘러갔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쪽은 벨기에였다.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니콜라스 라스킨이 미국 페널티 박스 안 왼쪽 측면을 파고들며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따돌렸다. 이어 라스킨이 문전으로 낮고 빠르게 찔러준 왼발 크로스를 샤를 드케텔라르가 대기하고 있다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1-0 리드를 잡았다.
벨기에의 강한 전방 압박에 밀려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미국은 전반 중반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31분 상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말릭 틸먼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이 공이 벨기에 수비벽의 머리를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행운이 따른 1-1 동점 골이었다.
벨기에 축구 대표팀 로멜루 루카쿠 / 벨기에 축구 대표팀 인스타그램
미국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점을 허용한 지 불과 2분 만인 전반 33분, 벨기에의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왼쪽 측면에서 수비를 흔든 뒤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드케텔라르가 높은 타점을 활용한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 미국의 골망을 다시 한번 흔들었다. 벨기에는 드케텔라르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다시 앞선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벨기에는 전반전 슈팅 수에서 11-3으로 미국을 압도하며 경기 내용을 지배했다.
후반전 들어 미국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름 아닌 치명적인 자체 실수였다. 후반 12분 벨기에가 미국 진영으로 길게 넘겨준 패스를 처리하기 위해 미국 골키퍼 맷 프리즈가 페널티 박스 밖으로 전진했다. 그러나 프리즈 골키퍼는 공을 빠르게 걷어내지 못하고 머뭇거렸고 압박을 가하던 벨기에의 드케텔라르에게 공을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공을 탈취한 드케텔라르는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해 백패스를 건넸고 이를 잡은 한스 바나켄이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스코어를 3-1로 벌렸다.
사실상 승기를 잡은 벨기에는 경기 막판까지 미국의 공세를 차단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3분에는 베테랑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가 강력한 오른발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미국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경기는 벨기에의 4-1 완승으로 종료됐다.
이날 미국의 탈락은 이번 월드컵 역사에 남을 진기록을 낳았다. 북중미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프리미엄을 안고 뛰던 세 나라가 모두 16강 무대에서 전멸했기 때문이다. 앞서 캐나다가 모로코에 0-3으로 완패, 멕시코 역시 잉글랜드와 접전 끝에 2-3으로 패해 탈락한 데 이어 미국마저 벨기에에 무너지며 공동 개최국 전원이 안방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미국의 돌풍을 잠재운 벨기에는 오는 11일 오전 4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준결승 진출을 다투는 운명의 8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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