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전날 병원·약국 개원 명목으로 약 1970억 원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편취한 대출브로커 A씨를 구속기소하고, 공범으로 송치된 의사·약사 276명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이 약 270건으로 분리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주범 A씨의 범죄를 모두 병합한 뒤 의사·약사 80여 명에 대한 대면조사와 계좌거래내역 분석 등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씨가 주도한 사기 범행임을 명백히 해 A씨를 구속하고, A씨의 무등록 대부중개업 영위 및 중개수수료 수취 혐의를 추가로 인지했다.
검찰은 또 보완수사를 통해 공범으로 송치된 의사·약사들이 대출브로커 A씨에게 이용당했거나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출금 변제의 1차 책임자가 의료인인 점, 대부분 피해를 변제한 점, 일부 의료인은 A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의 실질에 따라 선처했다는 설명이다.
◇피고인 A씨, 위조 서류로 총 265회 걸쳐 1970억 편취
검찰이 밝힌 사건 관계인은 개원컨설팅 회사 대표인 A씨와 의사 신분인 피고인 B씨와 C씨외 전국 각지 개원 의사·약사 276명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B씨, C씨 등 의사·약사 278명과 각각 공모해 위조된 잔고증명서,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자기자금·소요자금 한도를 부풀려 총 265회에 걸쳐 합계 1970억원 상당의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보증’ 보증서를 편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를 받는다. 예비창업보증은 의사 등 전문자격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억 원 범위에서 자기자금 한도, 소요자금 한도, 사업성 평가 점수별 한도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제도다.
A씨는 2023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신용보증기금 규정상 대출금 봉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위 공범 중 의사·약사 80명을 속여 560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기)도 받는다.
이와 함께 A씨는 2024년 11월부터 12월까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교부받은 의사·약사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임의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용해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한 혐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를 받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2022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보증서를 이용해 등록 없이 은행 대출을 중개하고 의사·약사 151명으로부터 약 19억5722만9000원의 중개수수료를 받은 혐의(대부업법위반)도 추가로 인지했다.
수사 경과를 보면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약 270건을 순차적으로 분리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2일 공소사실 중 의사 상대 사기 범행 일부(39명 한정)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같은 달 16일 검사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에 대해 “주된 사건인 대출 사기 범행에 대해 공범인 의료인들이 부인하는 등으로 보완수사 중인 상황에서 본건에 대해 구속하는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점, 피의자가 소환에 응하는 점 등을 이유로 사경 신청 영장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의사·약사들 약 80명에 대한 대면조사와 나머지 의사·약사들에 대한 서면 진술서 징구, 계좌 분석 등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올해 6월 16일에는 의사·약사 80명에 대한 사기 및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사기 범행을 주요 범죄사실로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6월 19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6월 30일 대부업법위반 혐의를 추가로 인지한 뒤 지난 6일 피고인 A씨를 구속기소하고 B씨, C씨는 불구속기소했다. 의사·약사 대부분은 불기소 처분됐으며, 이 중 의사 3명은 혐의없음, 의사·약사 273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범행이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보증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지능적 범행이라고 밝혔다. 대출브로커 A씨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심사가 신청자가 제출하는 증빙자료만을 근거로 한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은행의 대출심사 역시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에 의존해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그 명의로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포토샵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허위 증빙자료를 만들어 신용보증기금을 기망했으며, 약 2년 8개월 동안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예비창업자들이 사실상 대출브로커에 의해 이용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개원세미나를 통해 개원 대출이 필요한 의료인들에게 접근해 자신을 ‘개원컨설팅업자’, ‘甲은행 대출상담사’라고 소개하며 허위의 자금 증빙이 합법인 것처럼 다수의 의료인들을 현혹시켜 대규모로 범죄에 노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자신의 불법 선물거래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이 실행된 의료인들을 상대로 ‘신용보증기금 규정상 6개월간 대출금 봉인이 필요하니 송금하라’는 취지로 기망해 560억 원 상당의 대출금을 편취했고, 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교부받은 인감도장·인감증명서로 의료인들 명의의 대부업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그 대출금을 A씨가 직접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상당수 의료인들이 창업을 위해 대출받은 금액의 약 4분의 1 이상이 A씨의 불법 선물거래 투자금으로 이용됐고, 이에 대한 채무변제의 1차적 책임은 고스란히 의료인들이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당초 경찰이 A씨의 신용보증기금 사기 범행이 단일한 범행임에도 약 270건으로 분리 송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의사·약사 80여 명을 직접 대면조사한 뒤 송치된 의사·약사에 대한 추가 사기 범행과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사기 범행을 단일 기록으로 병합하는 등 주된 범죄의 내용을 수정했다.
이를 통해 A씨를 계좌 분석을 통해 무등록 대부중개업, 중개수수료 수취의 점에 대한 대부업법위반을 추가 인지해 구속기소했다. 의사 B씨, C씨는 예비창업보증 대출금을 개원 외 목적으로 사용한 점, 병원 폐업으로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을 대신 변제했음에도 피해를 회복하지 않은 점, 전과관계 등을 고려해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A씨와 함께 송치된 의사·약사들의 카카오톡 대화, 녹취록 등을 분석한 결과 A씨에게 대출 절차를 위임했던 의료인들이 사실상 대출브로커 A씨에게 이용당하거나 소극적으로 가담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출금 변제의 1차 책임자가 의료인인 점, 대출금 사용처, 피해금 변제 여부, 전과관계 등을 고려해 대부분의 의사·약사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전체 대출금 합계 약 1970억원 중 1796억원 상당이 변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조성된 공적기금의 공공성, 건전성을 해치는 공적자금 편취사범에 대해 엄단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적정한 검찰권 행사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