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캐나다가 6일(현지시간) 차세대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선정한 배경에는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과 북극 안보, 산업협력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TKMS 선정 배경의 첫 번째 변수는 나토(NATO)인 것으로 평가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가진 발표에서 TKMS의 212CD형이 동맹국들이 널리 운용하는 검증된 플랫폼이며, 나토 회원국들과 원활한 상호운용이 가능한 점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그는 이어 TKMS가 나토 회원국의 3분의 1 이상에 잠수함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이미 다수의 나토 회원국이 운용 중인 플랫폼을 선택해 연합작전과 후속군수지원체계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니 총리도 "독일과 노르웨이라는 동맹국들과 함께 전략적 역량을 확대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며 이번 잠수함 사업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가 나토 정상회의 개막 직전에 나온 점도 주목된다. AP통신은 캐나다가 나토의 국방비 확대 기조에 맞춰 북극 방어 역량과 해양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납기였다. 캐나다 해군은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 가운데 정상적인 작전이 가능한 전력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잠수함의 조기 인도가 사업 평가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당초 한화오션은 TKMS보다 빠른 일정인 2033년까지 첫 4척을 인도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납기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반면 TKMS는 기존 생산계획상 2036년 인도가 예상됐다. 그러나 독일과 노르웨이가 자국이 배정받은 생산 슬롯 일부를 캐나다에 양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첫 4척을 2034년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이 앞세웠던 납기 경쟁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7일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의 생산 일정 조정이 TKMS의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정부 역시 사업 발표에서 독일과 노르웨이의 협력으로 예정보다 빠른 인도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북극 작전 능력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캐나다는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를 모두 접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북서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북극 감시와 수중 억제 능력 확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카니 총리는 212CD형이 북극 해역과 나토 운용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산업 협력 역시 결정적인 요소였다. 캐나다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국내 방위산업 육성과 공급망 확대를 위한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캐나다 산업 육성과 해외 기업 협력을 함께 추진하는 ‘자체 생산–파트너십–구매(Build-Partner-Buy)’ 전략에 따라 캐나다 공급망 투자와 고임금 일자리 창출, 방산 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독일이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희토류와 핵심 광물, 배터리 공급망, AI(인공지능) 산업 협력 등을 포함한 경제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로이터는 이번 계약이 캐나다와 유럽 간 전략적 산업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 정부와 한화오션도 장보고-III의 장거리 작전 능력과 빠른 건조 일정, 캐나다 현지 산업협력 방안을 앞세웠다. 특히 캐나다산 철강 활용과 현지 방산 생태계 구축을 제안하며 경쟁했다. 캐나다가 협상 결렬 시 한화오션을 예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한국 제안의 경쟁력 역시 높게 평가됐음을 시사한다. 다만 최종 선택에서는 나토 회원국 간 공동 운용과 독일·노르웨이의 협력 체계, 장기 산업협력 구상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번 결과는 글로벌 잠수함 수출 경쟁의 기준이 성능에서 동맹과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성능과 가격, 납기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동맹 체계 편입과 상호운용성, 공급망, 산업정책, 장기 정비·훈련 체계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 캐나다가 선택한 것은 잠수함 한 척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함께 운용할 나토형 해양안보 네트워크와 전략적 산업 파트너십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위사업청,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은 이번 결과를 아쉽게 받아들이면서도,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대응한 경험과 이번 경쟁에서 확인된 과제를 바탕으로 후속 시장 공략 전략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사업은 K잠수함의 경쟁력이 부족했다기보다 대형 잠수함 수출사업의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장보고-III는 기술력과 건조 역량을 입증했지만, 북미와 나토권 대형 사업에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넘어 정치·안보적 신뢰망과 현지 산업 생태계 구축 능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임을 보여줬다. 향후 필리핀과 페루, 그리스 등 후속 시장에서도 성능뿐 아니라 공급망과 운용지원, 산업협력을 결합한 장기 파트너십 전략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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