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북중미 월드컵 주인장들이 모조리 16강에서 물러났다.
이번 월드컵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공동 개최로 치러졌다. 3개국 개최는 처음이었고, 경기장이 비교적 가까이 있던 한국과 일본에 비해 경기장 사이 거리도 웬만한 월드컵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길었다.
개최국들은 조별리그에서 각자 이점을 갖고 대회에 임했다. 멕시코는 해발 2,240m 멕시코시티를 근거지 삼아 고지대 이점을 한껏 활용했다. 미국은 온난한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을 오가며 경기를 치렀고, 캐나다도 자국에서 조별리그를 하며 체력을 안배했다. 그 결과 세 팀 모두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했고, 32강에서도 비교적 쉬운 상대를 만나 16강까지 무난하게 올랐다.
다만 16강 이상을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지난 5일 미국 휴스턴에서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캐나다는 모로코에 0-3으로 완패하며 개최국 중 가장 먼저 짐을 쌌다. 캐나다는 제시 마시 감독 체제에서 강렬한 전방압박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공격 축구를 구사했으나 고질적인 결정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했다. 반면 모로코는 많이 오지 않은 기회를 대부분 골로 연결했다.
이어 6일에는 멕시코가 잉글랜드를 멕시코시티로 불러들였다. 멕시코는 고지대 이점에 더해 멕시코 팬들이 잉글랜드 선수들의 숙면을 방해해 여러모로 잉글랜드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다만 잉글랜드는 주드 벨링엄의 멀티골 맹활약 속에 4경기 동안 열리지 않았던 멕시코 골문을 3번이나 열어젖히며 멕시코에 3-2 승리를 거뒀다. 멕시코는 후반 5분 자렐 콴사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잉글랜드를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완전히 골문을 걸어잠근 잉글랜드를 뚫어내지 못했다. 멕시코는 에스타디오 아즈테카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패배의 쓴맛을 봤다.
마지막으로 7일 미국 시애틀에서 경기한 미국도 벨기에에 1-4로 대패했다. 이 경기는 경기 자체보다 그 전에 있던 폴라린 발로건의 퇴장 징계 집행유예 처리로 더 화제를 모았다. FIFA 징계위원회는 월드컵 도중 퇴장으로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발로건이 16강에도 출전할 수 있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고, 개최국의 외압에 굴복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발로건 퇴장 징계가 번복된 게 자신 덕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미국 개입설을 부인했다.
미국은 그러나 발로건이 침묵한 가운데 벨기에에 참교육을 당했다. 샤를 더케텔라러에게 2골, 한스 파나컨과 로멜루 루카쿠에게 각 1골씩 내줬다. 특히 후반에 나온 파나컨과 루카쿠의 득점은 수비 실수로 비롯됐다는 점에서 미국이 자멸했다 봐도 무방하다. 미국은 말릭 틸만이 프리킥으로 1골을 넣는 데 그치며 씁쓸한 16강 탈락을 맛봤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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