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도 어린이 보험?”…성인 건강보험에 남은 ‘어른이’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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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도 어린이 보험?”…성인 건강보험에 남은 ‘어른이’ 영업

투데이신문 2026-07-07 11:02: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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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50세도 어린이보험 가입이 된다고요?”

최근 온라인 보험 상담 채널을 살펴보던 40대 여성 A씨는 의아함을 느꼈다. 자녀가 아닌 본인을 위한 보험을 알아보던 중 ‘어린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50세까지도 가입할 수 있다는 설명을 접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보험은 자녀를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일부 모집 채널에서는 성인 대상 보험을 ‘어린이보험’ 또는 ‘어른이(어른+어린이)보험’처럼 소개하고 있었다.

7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일부 보험 모집 채널에서는 40~50대까지 가입 가능한 성인 대상 건강보험을 ‘어린이보험’, ‘어른이보험’, ‘어린이보험식 상품’ 등으로 설명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보험사들은 공식 상품명에서 ‘어린이’ 간판을 떼고 성인 대상 건강보험 등으로 상품을 재편했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과거 어린이보험의 이미지를 활용한 표현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최대 가입연령이 만 15세를 초과하는 상품에 대해 ‘어린이보험’, ‘자녀보험’ 등 소비자가 어린이 전용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 사용을 제한했다. 어린이에게 발생 가능성이 낮은 성인 질환 담보가 포함되고 30~40대 성인까지 가입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상품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보험사들은 성인 가입이 가능한 상품군을 건강보험 등으로 재편했다. 다만 최근에는 청년층을 넘어 40~50대까지 가입 가능한 상품도 등장하면서 과거 ‘어른이보험’으로 불렸던 수요를 흡수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식 상품명과 달리 모집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린이보험’이라는 표현이 활용되면서 소비자 혼선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어린이’ 간판, 남은 ‘가성비’ 이미지

어린이보험이 성인층 사이에서도 관심을 끈 이유는 보험료 대비 보장 구성이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보험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상해를 폭넓게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돼 왔다. 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등 3대 질병 진단비를 비롯해 수술비, 입원비, 후유장해 등 다양한 담보를 한 상품 안에서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특히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가성비’다. 기존 성인 건강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일부 담보에는 감액기간이나 면책기간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어린이보험식 구조를 가진 상품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에 주요 질병 보장을 넓게 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보험 리모델링 수요도 맞물려 있다. 40~50대 가입자 중에는 과거 가입한 갱신형 특약 비중이 높거나 암 진단비는 있지만 뇌·심장 보장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실제 필요한 보장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에게 ‘어린이보험식 상품’은 기존 보험을 보완하거나 재설계할 수 있는 대안처럼 받아들여진다.

보험업계가 성인층 공략에 나선 배경도 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보험의 전통적 가입 대상인 아동 인구가 줄어든 데다,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통해 수익성 지표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입 여력이 있는 30~50대 건강체 소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리모델링’에 가려진 갈아타기 위험

성인 대상 건강보험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기존 보장에 공백이 있는 소비자라면 보험료와 담보를 비교해볼 만하다. 문제는 상품 자체보다 판매 과정에서 쓰이는 표현이다.

실제로는 성인 대상 건강보험인데도 “50세까지 어린이보험 가능”, “성인도 어린이보험 가입 가능”이라는 식의 홍보 문구가 사용되면 소비자는 상품의 실제 성격을 오해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어린이보험 명칭 사용을 제한한 취지도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 같은 표현은 규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보험 리모델링 과정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다. 면책기간과 감액기간이 다시 적용될 수 있고, 고지의무 위반이나 해지환급금 손실, 장기 보험료 부담 변화도 함께 따져야 한다. 보험료 인하와 보장 확대만 강조될 경우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조건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40~50대까지 가입 가능한 건강보험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를 어린이보험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상품명 규제 이후 회사 차원의 공식 명칭은 바뀌었지만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과거 마케팅 용어가 관행처럼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성인 소비자에게 유리한 보장 설계가 있을 수 있더라도 이를 ‘어린이보험’이라는 익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은 소비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기존 보험을 해지하거나 조정하게 만드는 설명이 동반된다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당국과 보험회사는 상품명뿐 아니라 모집 현장의 표현부터 비교자료, 리모델링 권유 방식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소비자보호 관점에서는 해당 상품이 어린이보험이냐 아니냐보다 소비자가 실제로 무엇을 보장받고, 무엇을 포기하며, 장기적으로 얼마를 부담하는지 명확히 이해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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