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최종 목적지보다 지나온 풍경의 조각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흙길에 핀 들꽃 한 송이, 푸른 하늘에 뜬 구름 한 점, 혹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2015년 그룹 몬스타엑스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기현은 2022년 첫 솔로 앨범 ‘VOYAGER(보이저)’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그의 음악적 발자취는 ‘YOUTH(유스)’를 지나 이번 ‘BORDERLINE(보더라인)’에 닿았다. 청춘의 찬란한 순간들을 지나온 이 여행자는 이제 새로운 경계선 앞에 서 있다. 어디로 향할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지가 더 중요한 시점. 데뷔 12년 차를 맞이한 기현은 이번 앨범에 자신을 둘러싼 치열한 질문과 답을 담아냈다.
‘BORDERLINE’은 정답 없는 길 위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정표다. 타이틀곡 ‘So Good(쏘 굿)’은 끊임없이 정답을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도 결국 자신의 감각과 선택을 믿기로 결심한 순간을 노래한다. ‘나’라는 지도를 믿고 나아가겠다는 가사는, 지금 이 순간 기현이 세상에 던지는 단단한 각오와 닮아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몬스타엑스의 10주년을 지나고, 다시 솔로 아티스트로서 온전히 홀로 선 기현. 이번 앨범에 대한 단단한 확신부터 멤버들과 몬베베(팬덤)를 향한 깊은 애정까지, 그가 털어놓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하 기현과의 일문일답.
Q. 멤버들은 새 앨범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A. 곡 작업을 하는 주헌이와 형원이는 타이틀곡을 듣자마자 “이거다”라고 했다.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하더라. 군 복무 중인 막내에게도 들려줬는데 오히려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하면서도 “형 진짜 좋다”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덕분에 안심했다.
Q. 솔로 활동과 관련해 멤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가.
A. 주헌이와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주헌이는 자기 음악과 앨범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1년 365일 고민하는 친구다. 주헌이의 조언이 많이 도움 됐다. ‘형 이거 해’라고 하는데 솔로를 해본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Q. 최근 피크 페스티벌,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기현이 생각하는 페스티벌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첫 페스티벌 때는 많이 긴장했는데 해보니까 너무 재밌더라. 팬분들과 팬이 아닌 분들이 다 같이 어우러져서 뛰고 놀고 호흡하는 재미가 있다. 한 시간 정도 공연하는데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진다. 어떤 곡을 보여줄까 생각하면서,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Q. 솔로 콘서트는 어디까지 왔을까.
A. 언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다. 다만 올해는 몬스타엑스 일정이 꽉 차 있고 내년까지도 어느 정도 계획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쯤 도전해보고 싶다.
Q. 솔로 가수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솔로 콘서트를 해보면 느낌이 정말 다를 것 같다. 솔로 콘서트를 경험해본 막내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 음악 방송도 좋지만 시상식에도 솔로로 나가보고 싶다.
Q. 그룹으로도 솔로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큰 사랑을 받는 소감은 어떤가.
A. 군대에 있던 1년 6개월 동안 연예계와 완전히 단절돼 있었다. ‘도태되면 어떡하지’, ‘팬분들이 떠나가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많았다. 동료들의 무대 영상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역하고 나와 보니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팬분들이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주고 계시더라.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Q. 특히 최근에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었나.
A. 이번에 월드투어 멕시코시티 공연이 정말 인상 깊었다. 7년 만에 간 공연이었는데 전석 매진이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데시벨을 넘는 것 같은 함성이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싶더라. 고지대라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끝까지 공연할 수 있었던 건 몬베베 덕분이었다.
Q. 그런 사랑을 받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
A. 그냥 노력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사랑을 다 채울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Q. 사실 이미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지 않나.
A. 바쁘게 하는 것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하는 건 다르다.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는 느낌과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서 하는 건 차이가 있다. 가끔 너무 힘들어서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도 있는데 문득 생각해보면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솔로 앨범이 세 장이나 있고, 월드투어도 돌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더 감사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Q. 몬스타엑스가 12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A. 사실 12년째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도 모르겠다(웃음). 무대를 잘해서일 수도 있고, 재밌어서일 수도 있다. 다만 감히 생각해 보자면 몬베베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 굉장히 단단한 것 같다.
더불어 예전에는 내가 멤버들을 조금 닦달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열정이 정말 많다. 앨범 하나 만들 때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의견을 낸다. 열정 과다 몬스타엑스. 그동안 쌓인 능력치와 센스도 있다 보니 시너지도 좋다. 공연도 절대 허투루 하지 않는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직 이유를 못 찾았다. 하하.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