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적 색깔에 도장”…기현이 비로소 도착한 ‘보더라인’ [DA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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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악적 색깔에 도장”…기현이 비로소 도착한 ‘보더라인’ [DA인터뷰①]

스포츠동아 2026-07-07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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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여행은 최종 목적지보다 지나온 풍경의 조각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흙길에 핀 들꽃 한 송이, 푸른 하늘에 뜬 구름 한 점, 혹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2015년 그룹 몬스타엑스의 메인보컬로 데뷔한 기현은 2022년 첫 솔로 앨범 ‘VOYAGER(보이저)’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그의 음악적 발자취는 ‘YOUTH(유스)’를 지나 이번 ‘BORDERLINE(보더라인)’에 닿았다. 청춘의 찬란한 순간들을 지나온 이 여행자는 이제 새로운 경계선 앞에 서 있다. 어디로 향할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지가 더 중요한 시점. 데뷔 12년 차를 맞이한 기현은 이번 앨범에 자신을 둘러싼 치열한 질문과 답을 담아냈다.

‘BORDERLINE’은 정답 없는 길 위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정표다. 타이틀곡 ‘So Good(쏘 굿)’은 끊임없이 정답을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도 결국 자신의 감각과 선택을 믿기로 결심한 순간을 노래한다. ‘나’라는 지도를 믿고 나아가겠다는 가사는, 지금 이 순간 기현이 세상에 던지는 단단한 각오와 닮아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몬스타엑스의 10주년을 지나고, 다시 솔로 아티스트로서 온전히 홀로 선 기현. 이번 앨범에 대한 단단한 확신부터 멤버들과 몬베베(팬덤)를 향한 깊은 애정까지, 그가 털어놓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하 기현과의 일문일답.


Q. 약 4년 만에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A. 굉장히 큰 자신감을 가지고 나온 앨범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는 퀄리티와 메시지로 돌아왔다. 내가 이런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번 활동에서 잘 보여드리고 싶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과 타이틀곡에 확신을 가지고 활동할 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Q. 세 번째 솔로 앨범이다. 지금 기현이라는 아티스트는 어느 위치쯤 와 있다고 생각하나.

A. ‘VOYAGER’는 솔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었고, 지르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음악이었다. ‘YOUTH’는 나의 청춘과 순수한 감정을 꺼내보면서 음악적 색깔을 모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번 ‘BORDERLINE’은 그 음악적 색깔에 도장을 찍어주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고, 이제는 ‘내 것’만의 음악을 보여줄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는 위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이다.

Q. 이번 앨범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A. 타이틀곡 ‘So Good’ 2절에 나오는 ‘나라는 지도를 믿어’라는 가사가 있다. 그 문장이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Q. 그렇다면 기현의 지도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A. 음악적인 커리어에서도 그렇고 실제 사회생활에서도 그렇고 중간 정도는 온 것 같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예민했던 성격도 많이 유연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Q. ‘So Good’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 나름의 도전이었다. 수록곡들이 하나하나 색깔도 짙고 자기주장도 강하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So Good’이야말로 타이틀곡이라는 이름을 가질 만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내 보컬 색깔과 지금의 위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징글볼 투어 때 대기실에서 처음 들었다. 허스키하면서도 락에 최적화된 곡이었고, 내 목소리로 불렀을 때 정말 잘 나올 것 같았다.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사실 타이틀 후보가 세 곡 더 있었는데 ‘So Good’은 압도적으로 여지를 주는 곡이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내 옆에 남아 있던 곡이다. 마음에 들어온 뒤 나가지 않는 곡들은 결국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Q. 다른 타이틀 후보들은 무엇이었나.

A. ‘BORDERLINE(보더라인)’은 당연히 있었고 ‘Stealin‘ Air(스틸린 에어)’와 ‘Domino(도미노)’. 이전 타이틀곡들이 신나게 즐기는 음악이었다면 ‘So Good’은 서정적으로 시작해서 기승전결이 굉장히 명확한 곡이다. 지르면서도 섬세하게 선을 이어가야 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곡을 하고 싶지 않았다. 락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 노래 부르기 전에 목을 완벽하게 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틀에 갇힌 채 살았다. 이 곡을 하면 그때로 돌아갈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 숙제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지금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Q.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A. 정말 많았다. 몬스타엑스로 활동하면서는 댄스곡과 퍼포먼스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얇고 뜬 목소리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솔로를 준비하면서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지?’라는 방황이 왔다. 그때 나를 잡아준 게 락이었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싶지는 않았고,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나만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고민하면서 곡을 찾았다. 두세 번의 큰 방황이 있었지만 그 과정 덕분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Q. 보컬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A. ‘So Good’은 음역대 폭이 굉장히 넓은 곡이다. 높은 음을 내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밴딩도 해야 하고 감정도 가져가야 하고 호흡 분배도 중요하다. 난이도가 정말 높다. 무엇보다 가사 전달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사를 잘 이해하려고 작사가분들과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Q. ‘청춘’에서 ‘성숙’으로 넘어온 느낌도 든다.

A. 팬분들에게 계속 ‘청춘’도 ‘청량’도 아니라고 했는데도 안 믿으시더라(웃음). 내 음악적인 커리어도 어느 정도 중반부에 와 있고, 지금은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완성된 모습에 가까워졌다. 그런 음악적 변화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다고 신나고 터지는 락을 버린 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가져갈 생각이다.


Q. 솔로 세계관인 ‘여행자’ 서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A. 회사와 회의할 때도 정말 강하게 이야기했다. 여행자라는 콘셉트로 솔로를 시작한 이상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주얼적으로도 그렇고 오브제나 소품도 너무 아기자기하거나 유치한 청춘, 청량의 느낌은 배제해달라고 말씀드렸다.


Q. 그렇다면 지금 ‘여행자 기현’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공항에 비유하자면.

A. 앨범 제목 그대로다. 지금은 ‘보더라인’에 와 있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 출국 심사를 마치고 선을 넘는 순간 같은 느낌이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나도 모른다. 성적이 어떨지, 호불호가 갈릴지, 상업적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기대된다.

Q. (기현이 먼저 나서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청했다)

A. 군산에서 촬영했다. 원래 이틀 예정이었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3일이 됐다. 액션 장면이 있어서 액션 스쿨에서 덤블링도 배우고 발차기도 연습했다. 습지에서 계속 구르고 뛰었더니 촬영 끝나고 며칠 동안 머리에서 미역 냄새가 나더라(웃음).

눈물 연기도 했다. 한 번에 못 울까봐 제작진이 티어스틱까지 준비해 주셨는데 다행히 몰입하니까 10초 만에 눈물이 나왔다. 내가 연기과 출신이다. 하하. 설정 자체가 ‘낙오자’였다.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액션도 눈물 연기도 엉성할 순 있지만 그 정도면 나름 잘하지 않았나 싶다(웃음).


Q. 이 정도면 연기에 능력 있는 거 아닌지.

A. 아니다. 대사를 잘 못 외울 것 같다. 연기 파트에서 뮤지컬 제안을 종종 주셨는데 팀과 솔로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음악에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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