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사슬 끊다…대우건설 '협력회사 안전등급제'가 겨눈 건설업계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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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사슬 끊다…대우건설 '협력회사 안전등급제'가 겨눈 건설업계 원죄

폴리뉴스 2026-07-07 10:28:06 신고

건설업은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그 견인차의 바퀴 밑에는 언제나 '최저가 낙찰제'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원수급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정보 비대칭, 그리고 힘의 불균형은 안전관리 비용을 수주 경쟁에서 가장 먼저 도려내는 관행을 낳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시행으로 현장의 인명 사고가 최고경영자의 사법 리스크로 직결되고, ESG 경영이 공급망 전체의 책임을 요구하는 지금, 이 오래된 원죄와 정면으로 마주한 기업이 나왔다.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2026년 7월부터 '협력회사 안전등급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가격이 전부였던 하도급 선정 방식을 뜯어고쳐, 협력회사의 안전관리 역량을 입찰의 심장부에 박아 넣은 것이다. 이는 구호가 아니다. 실제 돈이 오가는 재무적 인센티브와 페널티로 설계된 시스템이다. 본지는 이 제도의 작동 기제를 해부하고, 최저가 낙찰제가 남긴 상처를 되짚으며, 대우건설이 함께 펼치는 동반성장 정책과 타 대형 건설사들의 대응을 교차 비교해 한국 건설산업이 가야 할 길을 짚는다.

최저가 낙찰제, 레몬 시장이 된 대한민국 건설 현장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10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체 산업재해자 중 건설업 비중은 22.8%, 사망자 비중은 무려 27.5%였다. 이 기형적인 격차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숫자 스스로가 증언한다.

메커니즘은 단순하고 잔인하다. 최저가 낙찰제 아래서 입찰자가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노무비와 안전보건관리비를 잘라내는 것이다. 숙련공은 저임금 미숙련 인력으로 대체되고, 무리한 돌관작업이 불법 재하도급을 부르고, 안전관리자 선임은 누락되고, 안전 교육은 서류로 전락한다. 경제학자라면 이를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s)', 즉 정보 비대칭이 부른 역선택이라 부를 것이다. 안전에 투자하는 우량 협력사는 저가 투찰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되고, 원가를 후려치는 한계기업만 살아남는다. 시장 전체의 가치가 뒷걸음질 치는 악순환이다.

더 참담한 것은 법정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공사 종류와 규모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명확히 계상되어 있다. 그럼에도 최근 2년간 94개 현장을 점검한 결과 32개 현장, 34%에서 하수급자에게 안전 비용을 떠넘기는 '부당특약'이 적발됐다. 견적 단계에서 안전시설물 비용을 제시해도 승인되지 않고, 초과 비용이 발생해도 정산을 거부당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대우건설이 최저가 낙찰 방식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 뿌리 깊은 병폐와 결별하겠다는 선언이다.

안전을 화폐로 환산하다…대우건설이 그린 새로운 설계도

대우건설 안전등급제의 핵심은 안전을 슬로건이 아니라 '돈'으로 번역했다는 데 있다.

첫째, 평가의 객관성이다. 원청의 자체 평가는 온정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우건설은 자사 현장·본사 평가에 더해 이크레더블의 SH등급, 나이스디앤비의 SA등급이라는 외부 신용평가 지표를 도입했다. 이 평가는 서류 심사가 아니라 현장 실사를 동반한 입체적 진단이며,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나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 1년간의 산업재해 이력'이 등급을 결정짓는 치명적 변수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피를 흘린 이력이 있는 업체는 대우건설의 입찰장에 아예 발을 들이지 못한다.

둘째, 그리고 이것이 진짜 혁신이다.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리는 1차 심사에서, 대우건설은 협력사의 입찰금액에서 안전등급별 인센티브 금액을 차감해 '평가금액'을 산출한다. A사가 100억 원, B사가 98억 원을 써냈다고 하자. 종전 최저가 낙찰제라면 B사가 승리다. 그러나 A사가 최우수 안전등급을 보유했다면 3억 원의 가상 인센티브가 차감되어 평가금액은 97억 원, B사를 제치고 A사가 낙찰받는다.

여기서 대우건설이 다른 건설사와 완전히 갈라서는 지점이 나온다. 실제 계약은 가상 차감된 97억 원이 아니라, A사가 애초에 써낸 100억 원으로 체결된다. 안전 가치는 낙찰의 저울에서만 무게를 더할 뿐, 협력사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지 않는다. 안전에 투자한 매몰 비용을 보전하면서도 정당한 이윤을 지켜주는, 현존하는 가장 진일보한 하도급 계약 설계라 평가할 만하다.

2024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보현 사장은 공군 준장 출신이다. 명확한 원칙, 신속한 결단력이라는 군 리더십의 문법을 경영에 그대로 옮겨왔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현장의 무재해가 보장되지는 않았다. 대우건설은 2022년 이후 20건의 중대재해를 겪었고, 2023년 한 해에만 6건의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취임 첫해 하반기, 불과 2개월 사이 울산·시흥·원주에서 연이어 3건의 사망사고가 터지며 300여 일 지켜온 무재해 기록이 무너졌다.

이때 김 사장이 보인 대응은 관행과 궤를 달리했다. 대국민 사과문을 즉각 발표했고, 전국의 모든 현장 작업을 전면 중지시켰다. 안전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CSO가 직접 확인한 후에만 재가동을 허락하는 초강수였다. 국정감사에서 정점식 의원은 이 결정으로 약 23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의 답은 짧았다. "구체적인 손실 금액은 계산하지 않았다. 비용보다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동시에 그는 "경영진의 안전 의무가 부족했다는 시각을 수용한다"면서도 "현장 관리자와 사용자(협력회사)의 책임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협력회사 안전등급제'는 바로 이 지점, 원청의 반성과 협력사의 자율적 통제력 강화라는 두 축이 만나 태어난 제도다.

장학금, 유모차, 그리고 140억 원…원청이 하청 직원의 삶에 들어가다

안전등급제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설업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2026년, 협력사 임직원 자녀에게 직접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상·하반기 각 50개사를 선정해, 3년 이상 근속하며 초·중·고 자녀를 둔 임직원을 지원한다. 협력사 대표가 아니라 현장 직원 개인의 가정에 원청이 손을 내민 것이다. 여기에 협력사 임직원이 출산하면 출생아 1인당 50만 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대우건설이 직접 자택으로 보낸다.

이는 단순한 시혜가 아니다. 건설 현장의 인력 고령화와 청년 이탈이라는 최악의 인구통계학적 위기 앞에서, 우수한 젊은 기능 인력을 대우건설의 협력망으로 끌어들이려는 치밀한 인재 전략이다. 여기에 2012년부터 운용해 온 14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 매년 열리는 동반성장 간담회에서 우수 협력사에 주어지는 계약 우선권과 계약이행보증금 50% 감면까지 더해지면, 그림은 완성된다. 안전을 잘 지킨 협력사가 돈도 벌고 사람도 얻는 구조다.

현대건설의 '소장 포상', 삼성물산의 '컨설팅'…같은 목적지, 다른 항로

현대건설은 법인이 아닌 '개인'을 겨눴다. 2024년 도입한 '우수 협력사 소장 포상제도'는 상위 8개 공종에서 안전관리 역량이 검증된 소장 8명과 19명에게 총 1억 4천만 원을 개인 명의로 지급한다. 무재해를 달성한 178개 협력사에는 누적 14억 3천만 원의 현금을 뿌렸다. 삼성물산은 평가 이전의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2022년부터 협력사 안전인정제를 통해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이제는 업계 공동 안전 인정제 표준화까지 추진 중이다. DL이앤씨는 '한숲 파트너스 데이'로 파트너십의 정서적 유대를 다진다.

방향은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다.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협력사를 '하청업체'가 아닌 '리스크 공동체'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것, 이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시대의 조류다.

완벽하지 않다…'페이퍼 안전'이라는 함정

무서운 것은 '페이퍼 안전(Paper Safety)'이다. 서류상 완벽한 등급을 받아 낙찰을 따낸 뒤, 정작 공기에 쫓기는 야간 돌관작업 현장에서 옛 관행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우건설의 스마티(SMARTy) 앱 같은 스마트 IoT 기술로 24시간 현장을 감시하고, 본사 차원의 불시 점검을 상시화하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서류함 속에서 박제될 뿐이다.

가장 근본적인 숙제는 따로 있다. 발주처의 예산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다면, 혹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다면, 원청의 마진 압박은 결국 다시 하청의 안전관리비 삭감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이 지켜낸 협력사의 이윤을, 그 위의 발주처가 위협하는 순간 이 정교한 설계는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239억 원보다 무거웠던 한 마디

대우건설의 '협력회사 안전등급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려는 면피용 서류가 아니다. 저렴한 가격과 맹목적인 속도만을 숭배해 온 최저가 낙찰제의 망령과 결별하겠다는 시대적 선언이다. 온정주의를 배제한 외부 신용평가, 협력사의 이윤을 지켜주는 정교한 재무 설계, 그리고 협력사 임직원의 삶에까지 손을 내미는 복지 정책. 이 세 겹의 그림이 겹쳐져 대우건설은 협력사를 '하청'에서 '운명적 파트너'로 끌어올렸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진행할 수 없다"던 김보현 사장의 말은, 239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무거웠다. 이제 이 제도가 흙바닥 깊숙이 뿌리내려 거목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서류가 아닌 현장을 발로 뛰는 사후 관리, 그리고 자본이 부족한 영세 업체를 부축할 세밀한 금융 멘토링이 함께 가야 한다. 대우건설이 던진 이 화두가 현대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의 경쟁적 화답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발주처까지 책임을 나눠 지는 성숙한 합의로 완성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건설 현장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위험한 일터'라는 오랜 낙인에서 벗어날 것이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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