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김치부침개가 떠오른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글지글 부쳐 먹는 상상만으로도 입맛이 도는 계절이다. 문제는 부침개를 만들려고 밀가루 봉지를 꺼냈을 때다. 오래 묵혀둔 밀가루에서 낯선 냄새가 훅 올라오면 그대로 써도 되는지 망설여진다. 밀가루가 상했을 때 나타나는 신호와 장마철 올바른 보관법을 짚어본다.
밀가루는 썩지 않고 변질된다
밀가루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성분이 들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가운데 지방이 공기와 반응해 산패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시큼하거나 퀴퀴한 냄새와 쓴맛이 생긴다. 다만 이는 박테리아로 인해 부패하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곰팡이나 벌레가 눈에 보이기 전까지는 대체로 사용할 수 있지만, 냄새나 색이 변했다면 먹지 않는 편이 좋다.
밀가루 종류에 따라 보관 기간이 다르다
같은 밀가루라도 종류에 따라 변질 속도에 차이가 난다. 김치부침개나 전을 부칠 때 흔히 쓰는 중력분과 박력분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서 6개월에서 8개월가량 두고 쓸 수 있다. 반면 껍질과 배아가 그대로 남아 있는 통밀가루는 지방 함량이 높아 산패가 빠르게 진행되며, 실온에서는 2개월에서 3개월 안에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아몬드가루나 코코넛가루 같은 대체 밀가루는 지방 함량이 더 높아 상하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냄새로 상한 밀가루를 구별하는 법
정상적인 밀가루는 특별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봉지를 열었을 때 시큼하거나 오래된 견과류 같은 냄새, 혹은 쉰내가 난다면 산패가 진행된 상태다. 색이 노랗거나 회색빛으로 변했거나 덩어리져 뭉쳐 있다면 이미 습기가 들어간 상태다. 이런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검은 점이나 거미줄, 작은 벌레가 보일 때도 전량 버려야 한다. 이런 밀가루로 반죽하면 부침개 반죽이 잘 부풀지 않고 완성된 음식에서도 쓴맛이 날 수 있다.
장마철 밀가루 보관 요령
장마철에는 습도와 기온이 함께 오르면서 곰팡이와 벌레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밀가루는 원래 담겨 있던 종이 포장보다는 밀폐 용기나 지퍼백에 옮겨 담아 보관하는 편이 안전하다. 주방이 따뜻하고 습하다면 실온보다는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두는 편이 좋다. 특히 대용량으로 산 밀가루는 한 번에 쓸 만큼 소분해 냉동 보관하면 냄새와 벌레, 산패를 동시에 막을 수 있다.
냉장고에 넣을 때는 온도 차로 수분이 생길 수 있어 포장을 완전히 밀폐하는 편이 좋다. 또한 오래된 밀가루와 새로 산 밀가루는 섞지 않고 따로 보관해야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밀가루는 냄새를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향이 강한 식품이나 세제 근처에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마철 김치부침개를 부치기 전에는 밀가루 봉지를 열어 냄새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다. 유통기한이 살짝 지났더라도 냄새와 색, 질감에 이상이 없다면 사용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신호가 있다면 아깝더라도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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