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미국·이란 전쟁 직후 국제 유가 급등 국면에서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해 시장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국내 정유 4개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6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에서는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책임매니저, 법무실장이, GS칼텍스에서는 국내영업 부문장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직접 담합한 규모를 약 14조2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두 회사의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영향까지 포함하면 시장 경쟁 제한 효과는 약 26조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수사는 미국·이란 전쟁 직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가격 담당 책임자들이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협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HD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전쟁 이전부터 SK에너지 임직원과 가격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은 정황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정유사들은 상당량의 원유를 이미 비축하고 있었음에도 국제 분쟁을 계기로 모든 회사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석유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결정하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를 추종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었으며, 검찰은 이 같은 가격 결정 방식이 시장 전반의 가격 급등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직원들이 가격 인상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한편, 내부 대화방에서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는 대화를 나눈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행위가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의식적 병행행위에는 해당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며 해당 부분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던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관행에 대해서도 수사한 결과, 정유 4사가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가격으로만 석유제품을 공급하도록 강제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유소가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고 계약 위반 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을 부과하는 계약 구조를 유지한 점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직원들을 조사방해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부에 실제보다 낮은 공급가격 인상폭을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했으며, 향후 산업부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며 후속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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